[이도운특파원 워싱턴 저널] 북핵문제 잘 모르는 美의원들

[이도운특파원 워싱턴 저널] 북핵문제 잘 모르는 美의원들

입력 2007-03-02 00:00
수정 2007-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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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1시30분. 미국 하원 레이번 빌딩의 2172호 회의실에서 외교위원회의 ‘북한 핵 2·13 합의’ 청문회가 시작됐다.

청문회 증인은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였다. 북핵 문제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미 외교계의 ‘스타’가 된 힐 차관보의 인기 때문인지,200여석의 방청석과 기자석은 발 디딜 틈도 없이 꽉찼다. 이날 청문회는 미 정부 안팎에서 2·13 합의에 대해 날선 비판들이 나오는 시점에서 열린 것이어서 주목됐다. 청문회가 시작하기 전에 한 의회 소식통은 “오늘 의원들이 화끈하게 ‘한 판’을 벌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청문회가 시작되자 기대했던 만큼의 뜨거운 논쟁은 벌어지지 않았다. 주목할 만한 발언을 한 의원은 랜토스 의장과 공화당 간사인 일리아나 로스 레티넨 의원, 공화당의 에드 로이스 의원 등 세 명이었다.

북한에도 다녀온 랜토스 의원은 2·13 합의가 “드물게 나온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하고 “미·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미사일, 인권, 탈북자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로스 레티넨 의원은 공화당측에서 제기했던 2·13 합의에 대한 비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발표했다. 로이스 의원은 한·미의원협의회 미측 회장답게 아프가니스탄에서 순직한 고 윤장호 병장의 가족에 애도의 뜻을 표하는 것으로 질의를 시작했으며, 북한이 지난주까지도 100달러짜리 위조지폐의 생산을 중단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세 의원 말고도 10명 정도의 소속 위원들이 질의를 했지만 ‘귀가 솔깃한’ 주장이나 고개가 끄덕여지는 비판은 들을 수 없었다. 많은 의원들이 존 볼턴 전 유엔대사의 2·13 합의 내용 비판 등 언론 보도 내용을 인용한 뒤 힐 차관보의 반응을 묻는 정도의 질문을 던졌다. 조지아 주 출신인 데이비드 스콧 의원은 한국이 초기에 북한에 제공하기로 한 5만t의 중유를 계속 5000t이라고 발언하는 등 기초적인 사실조차 모르는 발언을 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이 때문에 방청석에서 “외교위원들 북한 공부 좀 해야겠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반면, 능수능란한 힐 차관보는 청문회를 2·13 합의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자리로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청문회를 보면서 두 가지 느낌이 들었다. 하나는 미 의원들도 한국의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표와 돈을 모으러 다니느라 공부할 시간이 모자라는 것 같다는 점. 또 하나는 이런 미 의원들에게, 더 나아가 미 국민에게 한반도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 쉽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dawn@seoul.co.kr

2007-03-0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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