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폭행 공개 사우디TV앵커 알 바즈

남편폭행 공개 사우디TV앵커 알 바즈

임병선 기자
입력 2005-09-22 00:00
수정 2005-09-22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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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망가진 얼굴과 고통, 다른 많은 것들에서 내 스스로를 해방시켰고, 이제 행복해졌다.”가장 보수적인 아랍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TV 앵커로 일하던 라니아 알 바즈(29)가 지난해 남편에게 구타당해 처참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일간지에 공개했을 때 전세계는 사우디 가정에 만연된 폭력의 실체를 확인하고 경악했다.

그녀는 두번째 남편 모하메드 알 팔라타로부터 바닥에 얼굴을 짓이기는 폭행 등을 연거푸 당해 코뼈가 부러지고 13군데 골절상을 입었다.

18개월이 흐른 지금, 알 바즈는 몇 차례 수술을 거쳐 옛 얼굴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긴 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로 나타났다. 방송에 복귀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경험을 옮긴 책을 내는 한편, 가정폭력 퇴치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고 BBC가 21일 소개했다. 또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프랑스어 배우기에도 열심이다.

알 바즈는 아랍에미리트연합 두바이에서 가진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남편에게 끔찍하게 맞아 거의 죽을 뻔한 마지막 여성이 되고자 했다.”고 처참한 얼굴을 공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녀는 “그 사건이 내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거기 얽매이기보다는 사회를 개혁하는 쪽으로 나아가기를 원했다.”고 털어놨다. 법원은 그녀와 이혼한 알 팔라타에게 6월 징역형과 태형 300대를 선고했지만 알 바즈는 그가 형기의 절반을 채우자 이슬람 법률이 부여한 권리에 따라 용서하고 풀려나도록 했다.

알 바즈는 그 사건이 “남성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며 “한 남자가 내 인생을 파괴하고 훼손했다면, 수천명의 더 많은 남성이 나를 지원하고 도와줬다.”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2005-09-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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