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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7년 만의 경상수지 적자, 계속 외부환경 탓만 할 건가

[사설] 7년 만의 경상수지 적자, 계속 외부환경 탓만 할 건가

입력 2019-06-05 22:32
업데이트 2019-06-06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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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늘었지만 수출 감소가 주원인… 경제부총리 경제갈등 현안 조율해야

우울한 전망이 현실로 다가왔다. 나라의 가계부인 경상수지 적자 이야기다. 한국은행은 어제 4월 경상수지가 6억 6000만 달러 적자라고 밝혔다. ‘83개월 연속 흑자 기록’이 막을 내린 것으로 유럽발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4월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수출이 쪼그라드는 판에 계절적 요인으로 4월 외국인 배당금 등이 급증한 탓이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급여·배당·이자 등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 등으로 구성되는데, 4월 상품수지 흑자는 56억 2000만 달러(6.2% 감소)인 반면 배당 등이 포함된 본원소득수지는 43억 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은은 지난달부터 ‘4월 경상수지가 적자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여러 차례 운을 띄워 충격 완화를 시도했다. 2012년 이전까지는 배당금 지급이 몰리는 4월에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게 세 번에 불과한 데다 5월 이후부터는 다시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 파탄’ 운운하는 건 섣부르다. 증거도 있다. 경상수지 적자에도 어제 원·달러 환율이 되레 전날보다 4원 정도 떨어지고,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이 10조원 이상의 국채를 사들인 상황은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아직 우호적이라는 방증이다.

그러나 현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적다는 게 문제다. 수출은 9월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는 22억 7000만 달러에 그쳤다. 수출 악화는 미중 관세전쟁과 반도체 경기 하락 등 외부 요인 외에도 경쟁력 약화에 따른 결과다. 이 추세대로라면 5월 경상수지 흑자전환을 마냥 장담하기 어렵다. 경상수지 흑자는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튼튼하다는 근거다. 1990년대 중반 경상수지 누적적자가 확대된 게 외환위기의 단초가 됐다는 점을 떠올리면 안심할 처지가 못 된다. 더구나 한은이 그제 발표한 1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는 속보치보다 0.1% 포인트 추가로 악화된 -0.4%였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2.9%에서 2.6%로 낮췄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세계경기 하락도 좋지 않은 소식이다.

가장 큰 위기의 실체는 “외부 요인이 더 크고, 경제가 위기라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는 정부의 낙관론이다. 듣기 좋은 노래도 한두 번이다. 정부가 현 경기 하락을 대외환경에만 돌리지 말고 현실적인 비전과 실효성 있는 장단기 대책으로 돌파하기를 국민은 기다린다. 더불어 경제부총리는 경제 컨트롤타워라는 자리에 걸맞게 경제부처 장관들과 함께 각종 경제갈등 현안을 조정하고 해결하길 바란다.

2019-06-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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