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립수사단, 계엄 문건 지시자와 보고라인 밝혀내야

[사설] 독립수사단, 계엄 문건 지시자와 보고라인 밝혀내야

입력 2018-07-10 22:42
수정 2018-07-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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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미적대 은폐 의혹 산 국방부 기무사 해체 수준까지 개조해야 마땅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촛불집회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해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대통령이 외국 순방 중에 국내 사안에 수사를 지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이 “헌정 파괴에 버금가는 국기 문란으로 볼 만큼 위중한 사안으로 판단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에 힘이 실린다. 진상 규명에 미온적인 군에 더는 수사를 맡길 수 없다는 판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최근 공개한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 방안’이란 기무사의 내부 문건을 보면 ‘박근혜 탄핵 기각’으로 시위가 격화돼 사상자가 발생해 계엄이 선포되면 기계화 6개 사단, 기갑 2개 여단, 특전사 6개 여단으로 계엄군을 구성, 서울시내 곳곳에 배치하고, 중령·대령급으로 24개 정부 부처를 장악한다고 돼 있다.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령관 자리에 있으면서 1979년 ‘12·12 쿠데타’와 그 이듬해 ‘5·18 광주항쟁’을 거치면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연상돼 섬뜩하다.

또 기무사는 당시 촛불시위를 종북세력 등의 발호로 보고, 계엄을 실행해 주동자를 색출하고 단심 처리하며, 언론 통제를 위한 검열단과 대책반을 운영하는 등의 계획도 세웠다. 국방부는 3월에 이 문건을 송 장관에게 보고했지만 “수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단다. 일반인에게도 아찔한데, 국방부가 안이하게 대처했다. 은폐 의도가 있었는지도 의심스러운 이유다.

독립수사단의 책무는 막중하다. 이런 문건을 누가 왜 만들었는지 규명해야 한다. 단순한 시나리오인지, 아니면 당시 소문처럼 ‘박근혜 대통령 친위 쿠데타’를 의도했는지 가려 내야 한다. 계엄은 합동참모본부 소관인데 기무사가 개입한 만큼 배후가 있다는 것이 합리적인 의심이다.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이 지시했는지, 청와대 지시가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작성된 계엄 문건이 보고 라인을 타고 어디까지 올라갔는지도 파헤쳐야 한다. 청와대 등 정권 핵심에까지 전달됐다면, 단순한 대비책이기보다 민주주의를 전복하려는 실행 문건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를 수십 년 후퇴시킬 수도 있었던 계엄 문건 기획자와 관련자를 찾아내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와 군에 관련 세력이 있다면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우리는 수차례 기무사를 해체할 수준까지 개조하고 개혁할 것을 요구했다. 기무사는 본연의 업무를 등한시하고 계엄 문건을 작성했을 뿐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 등 민간인을 광범위하게 사찰한 것이 드러난 탓이다. 기무사를 방첩 기능만 남겨 부대 단위로 대폭 축소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을 통해 군의 총부리가 국민을 향하면 반드시 심판한다는 진리를 역사에 새겨 온, 그 단호함으로 독립수사단이 수사에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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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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