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옥시 국회 청문회’ 늦은 만큼 제대로 파헤쳐야

[사설] ‘옥시 국회 청문회’ 늦은 만큼 제대로 파헤쳐야

입력 2016-05-09 22:32
수정 2016-05-0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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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그제 당정협의회에서 새누리당은 국회 청문회를 열겠다고 나섰다.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와 관련법 개정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도 하겠다고 했다. 피해 대책의 컨트롤타워도 국무총리실로 정했다. 환경부에 계속 맡겨서는 일사불란한 사태 수습이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폐 이외 다른 장기 손상에도 살균제가 영향을 미쳤는지 정부 차원의 역학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당정협의회에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을 작정하고 질책했다. “살균제의 유해성을 진작 확인했으면서 그동안 왜 정부는 피해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조사하지 않았느냐”고 몰아붙였다. 한마디로 ‘옥시 청문회’까지 열어야 하는 상황이 되도록 정부는 뭐 했느냐는 추궁이다. 일을 이 지경으로 키운 환경부야 백번 매를 맞아 억울할 게 없다. 하지만 국민 눈에는 뒤늦게 호들갑 떨어 대는 여당도 가관이다. 늑장 검찰 수사에 온갖 의혹들이 터져도 뒷짐 지던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철저한 조사를 주문하고서야 가까스로 움직였다. 겨 묻었다며 정부 탓만 하는 정치권은 국민 원성이 안 들리는 모양이다. 버스가 한참 지나간 뒤에 뒷북을 치니 국민들은 “그 정부에 그 국회, 도긴개긴”이라고 혀를 찬다. 여야 없이 청문회를 하겠다고 목청을 높이는 이유가 빤히 읽힌다. 연일 악화되는 여론을 모른 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엉터리 생활용품에 사망자가 속출한 사건은 누가 봐도 후진국형 참사다. 입 아픈 얘기지만 피해 발생 초기에 관계 당국이 기민하게 대처했다면 이런 난리는 겪지도 않았다. 2006년 일선 의료기관들이 살균제 피해의 심각성을 질병관리본부에 처음 알렸을 때 곧바로 역학조사라도 했다면 140명이 넘는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살균제의 위해성을 뒤늦게 인정하고서도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했다. 수백 명의 피해자와 유가족, 시민단체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그런데도 여당은 모르쇠였고, 관련 법안 몇 개를 내놓은 야당도 그런 여당을 핑계 삼아 시간만 보냈다.

이번 파동을 국민들은 ‘안방의 세월호 참사’라 부른다. 그 참담한 심정을 여야 따지지 말고 새기고 또 새겨볼 일이다. 청문회로 뒤늦게 책임자를 가려내 호통이나 치는 일이 국회의 본령일 수 없다. 병 주고 약 준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거든 이제라도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에 발벗고 나서라. 참사 10년이 지나도록 피해자 구제 관련 법안 하나가 제대로 없는 실정이다. 체면이라는 게 있다면 국회는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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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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