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건국 60주년을 맞아 전국 초·중·고에 배포한 현대사 영상물 ‘기적의 역사’가 보수 진영의 일방적 시각을 담은 것으로 드러났다.1950∼70년대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독재 등 부정적인 면은 외면하고 경제발전을 비롯한 치적만을 부각했다.또 헌법 전문에 4·19를 ‘불의에 항거한 민주이념’으로 규정했는데도 단순히 ‘데모’로 폄하했다.1980년대 이후 역사에서도 광주민주화운동·6월항쟁과 6·15남북정상회담 등은 다루지 않은 대신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때 이룬 성과를 반영한 ‘청계천의 어제와 오늘’은 들어 있다고 한다.한마디로 ‘기적의 역사’는 해방 이후 대한민국이 이룩한 민주화의 과정과 남북 화해·공존의 노력은 도외시하고 경제건설 쪽에만 의미를 집중 부여한 것이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 들어 노골화한 보수 진영의 이념 공세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근현대사 교과서의 좌편향 논란,광복(해방)의 의미를 부정하고 정부 수립에 초점을 맞추는 ‘건국절’ 논쟁,10만원권 지폐 도안 인물을 김구에서 이승만으로 교체하자는 주장 등이 뉴라이트 진영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이 가운데 ‘좌편향’ 교과서는 이미 교과부의 강압에 따라 수정됐고 10만원권 지폐는 발행이 보류된 상태이다.
역사는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전리품은 더욱 아니다.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역사를 제 입맛에 맞게 바꾸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다.그리고 국가 교육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교과부가 선두에 서서 그 일을 추진한다.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리석음과 다를 바 있겠는가.‘기적의 역사’는 즉시 폐기돼야 한다.아울러 역사 해석은 학계에 맡기고 정부는 자라나는 세대가 그 결과물을 균형감 있게 배우도록 돕기만 하면 된다.5년 유한(有限)인 정부가 역사에 관해 할 일은 그것뿐이다.
2008-12-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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