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속도제한장치/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속도제한장치/서동철 논설위원

입력 2013-02-06 00:00
수정 2013-02-0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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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을 마친 새벽 3시에 ‘합승택시’를 타고 자유로를 달린 적이 있다. 거친 엔진소리에 모터보트를 탄 듯 불안정하게 요동치는 택시에서 흘깃 바라본 속도계의 바늘은 시속 180㎞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전에도 합승택시를 가끔 탔지만 이렇게까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린 적은 없었다. ‘총알택시’라는 표현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저세상 언저리로 가는 길이랄까. 이런 택시를 계속 타다가는 오래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서울시가 택시의 최고속도를 시속 120㎞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정해진 속도를 초과하면 연료 공급을 조절해 가속기를 밟아도 속도가 붙지 않는 장치를 달겠다는 것이다. 택시의 심야 폭주에 놀란 민원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라고 하니 ‘자유로의 공포’가 혼자만의 기억은 아니었나 보다. 그럼에도 택시와 수입차 업계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아직 제도의 도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흔히 속도 무제한의 고속도로로 알려진 독일의 아우토반도 최근에는 속도를 제한하는 구간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속도제한이 없는 구간도 130㎞를 권장속도로 제시하여 군데군데 표지판을 설치해 두고 있다. 아우토반의 도시지역이나 주택밀집지역은 100㎞, 80㎞로 속도를 크게 제한하기도 한다. 한편 시속 90㎞인 자유로의 과속단속카메라에 지난해 포착된 속도위반의 최고 기록은 212㎞였다. 최근 제주 평화로의 단속카메라에도 187㎞로 달리는 렌터카가 찍힌 것이, 결국 제주도의 모든 렌터카에 시속 90㎞에서 작동하는 속도제한장치를 의무화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앞서 서울시는 올해부터 시내버스의 최고속도를 시속 80㎞로 제한하기로 했다. 새로 출고되는 버스에는 새로운 기준의 속도제한장치를 설치하고, 2007년 이후 출고된 5000대 남짓의 기존 버스에도 달겠다는 것이다.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이미 중량 10t 이상의 승합자동차, 즉 고속버스나 일반 시내버스 같은 대형버스는 시속 110㎞, 중량 16t 이상의 화물차는 시속 90㎞, 전기저속자동차는 60㎞를 넘지 않는 속도제한장치를 달도록 의무화되어 있다.

택시업계는 불만을 터뜨리기보다 부끄러워해야 한다. 기계적 장치를 강제로 달아야 할 만큼 운행질서가 흐트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려 250㎞에서 제한이 걸린 고성능 외제차에서조차 제한장치를 풀어내는 것이 유행이라고 한다.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총알택시가 완전히 사라지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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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2013-02-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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