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반값 등록금 유감/이찬식 인천대 도시건축학부 교수

[시론] 반값 등록금 유감/이찬식 인천대 도시건축학부 교수

입력 2012-03-06 00:00
수정 2012-03-0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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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은 실업자가 넘치는 마당에 시급한 일자리 마련과 대학구조조정이나 국립대 법인화 등 고등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쟁점에 대한 치열한 논의는 실종된 채, 지난 대선공약으로 촉발된 ‘반값 등록금’과 국공립대 기성회비 징수의 부당성 문제로 대학가가 시끄럽다. 한국의 대학 특히, 사립대학의 등록금은 국가나 지방정부의 재정지원이 거의 없이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거해 책정돼 왔다. 국공립대학도 국가 재정지원이 교직원 인건비 등 경직성 비용의 충당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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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식 인천대 도시건축학부 교수
이찬식 인천대 도시건축학부 교수
최근 10년간 한국 대학의 등록금은 국립대는 1.82배, 사립대는 1.57배 올랐다. 미국 달러의 구매력지수(PPP)로 환산한 한국 대학의 등록금(2006~2007년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 모두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해 높은 수준임에 틀림없다. 등록금 인상의 근본 이유는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우수교수 확보와 시설이나 실험실습 설비·장비 등 교육 인프라 확충에 필요할 재원 마련 때문이리라. 최근 한국 대학들의 세계랭킹이 많이 올랐는데, 인상된 등록금이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한국은 조사대상 국가(OECD 회원국 31개국, BRICs 포함 비회원국 8개국 등 총 39개국) 중 GDP대비 고등교육 투자 정부부담 비율(2007년도 기준)이 0.6%로 최하위권(OECD 평균 1.0%)이고, 한국의 고등공교육비 정부부담률도 22.3%로 OECD 평균(68.9%)의 3분의1에 불과해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매우 낮다. 대학총장협의회나 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 등에서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그동안 교과부에 수차례 요구했지만 미적대다가, 반값 등록금과 기성회비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교과부는 ‘체감할 만한 수준 인하’ 등 모호하고 임시응변적 대책들만을 쏟아놓은 채,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의 핵심은 국가재정 지원을 최소한 OECD 평균 이상이 되도록 단계적으로, 그리고 가능한 한 최단기간 내에 획기적으로 증대해 가는 일일 것이다.

4월에 국회의원 선거가, 12월에는 대통령선거가 예정돼 있어서 반값 등록금 이슈에서 보았듯이 젊은 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정치가들은 경쟁적으로 재정지원이 담보되지 않은 설익은 공약을 남발할 것이 예상된다.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해도 어느 날 갑자기 OECD 평균까지 올릴 수는 없다.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6조~7조원으로 국가예산의 약 2%에 달한다. 교육 분야 이외에도 예산증액 요구가 거세고 예산집행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고려할 때도 등록금 지원에 필요한 예산을 한꺼번에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거 공약(公約)들이 표를 얻기 위한 공약(空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교육문제에서만큼은 더 이상 공약남발이나 정책 부실로 인한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대학설립준칙주의로 인해 양산된 부실대학 문제가 얼마나 해결하기 어려운 것인지를 지금 혹독하게 경험하고 있지 않는가. 이제부터라도 정치가와 정부, 대학 모두 한국 대학교육 전반의 문제점을 보다 진지하게 성찰하고 등록금 문제를 다뤄 나갔으면 한다. 사용가능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품을 땡처리할 때나 들어봄직한, 언어적 품위도 정책적 실리도 없는, ‘반값’이라는 용어를 등록금 책정과 같은 중요한 사안에 더 이상 적용해서는 곤란하다.

대학운영 재원이 등록금에 의존하는 비율을 줄여 나가기 위해 대학들도 교육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IT기반의 블렌디드(blended) 교육 모델을 도입한 웹기반 선행학습으로 기초지식을 배운 뒤 1주일에 한번만 강의실에 모여 토론 또는 문제풀이 중심의 지식응용 교육을 시행함으로써, 강의공간은 최소화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는 울산과기대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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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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