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흑백 사진/조명환 논설위원

[길섶에서] 흑백 사진/조명환 논설위원

입력 2009-03-30 00:00
수정 2009-03-30 01:14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출근해서 먼저 하는 일이 전자우편 확인이다. 쏟아지는 보도자료나 홍보문건을 제때 보는 것도 일이다. 개인적인 메일인데도 제목만 보고 스팸메일로 오인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주말에 다시 확인한다. 정겨운 사진이 여러 장 첨부된 메일이 눈에 띈다.

1945년을 전후해 미군이 찍은 몇 장의 흑백 사진에 이 땅의 삶과 사회상, 해방정국에 진주한 미군의 모습이 생생하다. 어수룩한 영어 설명이 오히려 정겹다. 한 노인이 강원도의 험준한 태백산맥 고갯마루에서 괴나리봇짐을 풀어두고 저 아래 산허리를 내려다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곰방대를 입에 문 옆모습이 무척 고단해 보인다. 망건과 갓을 쓴 모습에서는 큰아버지 모습도 어른거린다. 앞가르마에 흰 적삼의 옷고름이 균형 잡인 여인네들은 영락없는 엄마 얼굴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 사진이지만 모두가 어디서 본 듯하다. 민족의 원형질이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일 거라고 멋대로 해석해 본다. 지금 우리 모습이 담긴 사진은 60년 뒤 후손들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조명환 논설위원 river@seoul.co.kr

2009-03-30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