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개편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최근 현행 16개 광역시·도 체제를 허물고 인구 30만명이 안 되는 기초자치단체를 60∼70개로 통·폐합하자고 제안했다. 한나라당도 이에 찬성하고 나섰다. 빠르면 이번 정기 국회에서 관련 특위가 구성되고, 행정구역 개편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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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봉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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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봉 사회2부 차장
국가적 현안을 놓고 여·야가 이렇게 빠른 시일 안에 한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거꾸로 보면 국민 대다수가 행정구역 개편에 공감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제는 방법과 시기, 이로부터 야기될 지역·주민간 갈등 등 ‘각론’에 대한 ‘해법 찾기’가 더 중요한 요소처럼 보인다. 그러나 100여년 만에 손대는 지역간 경계 허물기 작업이 순탄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낙관하기엔 이르다. 주민·정치인·전문가 등 주체별 시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할 말도 많고 다양한 견해를 쏟아내고 있다. 통합 대상 지역간 정서·문화적인 차이도 걸림돌이다.
우선 민주당이 제안한 개편 방안은 기초자치단체의 바로 위 계층인 광역시·도의 폐지를 전제로 한다. 민주당은 광역시·도를 없앨 경우 약 30조원의 예산이 절감되고, 이를 저소득층·노인복지·교육 부문에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광역과 기초자치단체 사이의 과도한 기능 중복’을 지적한 지 오래다. 효율성만 따지면 진즉 현행 3∼4단계의 행정 구조를 더욱 단순화했어야 옳다. 그럼에도 과거 정부들은 말만 꺼내 놓고 한번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해 관계에 얽힌 정치인의 반대, 주민간 갈등 등을 추스를 만한 능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정치권을 포함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갓 출범한 정부의 추진력이 보태지면 그 어느 때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광역시·도 폐지 방식은 상당수 광역단체의 반대는 차치하고서라도 시대 흐름과 거꾸로 간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완충지대’ 역할을 해 온 광역자치단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기초자치단체를 상대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입김’과 조직 확대가 불가피하다. 기초자치단체 입장에서 보면 더욱 강한 ‘시어머니’를 모셔야 할 판이다. 유럽과 일본 등이 ‘지방 분권화’쪽으로 가고 있는 것과는 반대되는 꼴이다. 기능과 제도를 보완한다면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설득력은 약하다.
또 하나의 방안은 한국지방자치학회를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 중인 ‘준 연방제’ 방식의 통합이다, 전국을 4∼5개 권역별로 통합하고, 그 아래에 100여개 정도의 기초자치단체를 두는 방안이다. 이는 현 정부가 추진 중인 ‘5+2 광역경제권’ 육성 정책과도 맥을 같이한다. 일본은 전국을 9∼11개 권역으로 묶는 미국 주(州) 개념의 ‘도주제(道州制)’개편을 추진 중이다. 유럽의 각 국가도 ‘리전(Region)’개념의 ‘초광역화’를 꾀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빠른 정보 유통과 교통 발달이 가져다 준 결과이다. 선진 각국의 중앙정부도 외교와 국방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권한을 주(州)정부에 넘기는 추세이다. 주(州)가 독립적인 주체로서 경제활동을 통해 도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통일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조선 8도 체제’를 연상케 하는 ‘초 광역시’로의 개편을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대 흐름과 세계적 추세와도 맞는다.
그렇다고 ‘밀어붙이기식’으로는 안 된다. 국론 분열과 소모적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행정구역 개편은 주민 자치를 근간으로 하는 ‘풀뿌리민주주의’와 ‘효율성(조직 축소)’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 과거처럼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한 여론 수렴이 필수적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