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색깔 찾아가는 제주 票心 /박찬식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지방시대] 색깔 찾아가는 제주 票心 /박찬식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입력 2008-04-15 00:00
수정 2008-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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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식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연구교수
박찬식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제18대 총선에서 제주도민은 3개 선거구에서 모두 현역 의원인 통합민주당 후보를 당선시켰다. 당초 모든 선거구에서 초박빙 접전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였다.

새 정부의 4·3사건위원회 및 농촌진흥청 폐지 거론, 대통령의 제2공항 건설 유보 발언 등으로 여론이 악화되었는데도 이를 해소시킬 중앙의 대책은 전무했다.

이번 제주도 선거의 특징으로는 중앙의 홀대에 대한 반발과 함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선택의 형평성을 들 수 있다.

정당명부 비례대표 개표에서 한나라당이 32.4%로 1위, 민주당이 30.2%를 얻어 2위를 차지했다.3위 12.3% 친박연대,4위 민주노동당(10.0%),5위 창조한국당(5.1%),6위 자유선진당(4.2%),7위 진보신당(2.3%) 등으로 나타났다.

보수와 진보가 거의 똑같은 비중을 나타냈다. 제주도민은 여당이 아닌 후보를 선택한 것이지 민주당 후보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한때 ‘무소속 1번지’로 소문났던 제주도의 표심은 이제 자신의 색깔을 그대로 드러내는 솔직함을 보여주고 있다.

진보적인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 진보신당에도 제주도민은 17.36%를 몰아줘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향수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가장 보수적인 자유선진당에도 9000여표를 줬다.

이번 총선 결과는 제주도민의 역사문화적인 심성을 그대로 대변한다고 하겠다.

한라산을 정점으로 해 사방팔방 골고루 퍼져 있는 지리적 여건에서 빚어진 사회 경제적 형평성은 한 지역과 집단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제주민의 정서를 보여준다.

예로부터 제주도는 토지가 척박하고 주민들은 대부분 소규모 민유지를 소유한 자작농이었기 때문에 지주전호제가 발달하지 못했다. 또한 지역 사회를 주도할 강력한 유림 세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가 고만고만하게 살고 섬이라는 조건에서 빚어진 독자적 정치·사회·경제 구조를 오래도록 유지해 왔기 때문에, 문화적 연대감과 공동체 의식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강하다.

20세기 초 제주를 찾은 일본인들이 한결같이 “재산이 없는 자가 전체 인구의 10%를 넘지 않으며, 거지가 없고 모두가 근면해 생업에 종사한다.”라고 지적한 것은 제주인의 근면성과 삶을 개척해 나가는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하겠다.

이러한 역사적 조건이 중앙의 정치 세력이나 이념에 의해 일방적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균형 감각을 가지게 한 것으로 보인다.20세기 제주 역사는 제주섬을 에워싼 외부의 인간·환경과 끊임없이 접촉하며 저항하기도 하고 순응하기도 한 과정이었다.

20세기 제주도가 외부와의 만남을 애써 외면하고 배척했다면, 이제 새로운 21세기는 세계를 향해 더욱 활발하게 지식·정보·문화를 나누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내실 있는 개방’,‘환경과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개발’,‘지방이 중심이 되는 세계화’의 실천일 것이다.

우리가 21세기 제주도의 이상으로 여기는 평화의 섬, 국제자유도시, 특별자치도는 이러한 전제 위에서 성립돼야 할 것이다.

이번 제18대 총선 결과가 주는 교훈은 역사 속에 숨어있는 제주민의 형평 추구와 공동체성의 심성을 토대로 강한 자치와 국제자유도시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라는 것이라고 본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지역의 자치와 성장의 원동력이 형평성과 공동체성에 있음을 제주도는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하겠다.

박찬식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연구교수
2008-04-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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