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돼지의 눈/육철수 논설위원

[길섶에서] 돼지의 눈/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입력 2008-01-22 00:00
수정 2008-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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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면부지의 사람을 믿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표정이나 말씨, 태도를 참고해서 잘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사무실로 찾아온 낯선 여성이 그런 경우였다. 외국인 이주자들을 돕는 프로그램을 추진하는데, 기부금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겉모습이나 말투로 보아 진정성이 느껴졌다.

전날 밤 술을 마시느라 지갑이 텅 빈 동료 K는 전재산 7000원 중에서 5000원을 선뜻 내놓았다. 나도 얼떨결에 1만원을 주었더니 손수건 한 장을 사례품으로 주고 갔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남을 속이는 사람들이 많아 ‘혹시?’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씨 고운 K는 그런 나를 보고 “쓸데없는 걱정”이라며 핀잔을 주었다.K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럴듯했다. 모금해서 목적대로 쓰면 좋은 일이고, 속였더라도 그녀가 살기 어려워 살림에 보태쓰면 그 또한 괜찮지 않으냐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상습적으로 차비를 구걸하는 사람들한테 여러 번 당해본 터라 괜한 걱정을 했나 보다.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더니, 내가 그 꼴이 된 것 같아 얼굴이 화끈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8-01-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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