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6일 “세계 금융의 평화는 와타나베 부인들에게 달렸다!”라고 보도했다. 평범한 일본 샐러리맨의 주부가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뜻이다.‘와타나베’는 우리로 치자면 가장 흔한 성씨인 ‘김씨’, 미국엔 ‘제인’ 정도의 의미다. 우리의 복부인이 전국 방방곡곡을 헤집고 다닌 데 이어 미국과 중국의 부동산시장에까지 진출했다면 와타나베 부인은 초저금리(연 0.5%)인 엔화를 무기로 외환시장의 큰손으로 우뚝 섰다.
와타나베 부인의 등장 배경은 단순하다.10년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직장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남편은 일주일 내내 일에 치여 허덕인다. 남편의 월급으로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자니 은행금리는 지난해 7월까지 ‘0%’였다. 그래서 인터넷 카페 등으로 고민을 주고받던 일본의 아줌마들은 채권 등 해외 금융상품 투자로 눈길을 돌린다. 첫 투자대상은 뉴질랜드 채권과 정기예금 상품이었다. 뉴질랜드 달러화 값은 단번에 22년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리고 호주, 미국, 영국, 한국….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렇게 거래되는 엔화를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라고 부른다. 와타나베 부인들의 엔화 투자 규모는 도쿄 외환시장의 30%에 달한다.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세계는 엔 캐리 자금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엔화가 강세로 치달으면 일본과 투자대상국의 금리 차이보다는 환차손이 더 커져 엔화가 일본으로 역류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최소 2000억달러, 최대 1조달러로 추정되는 엔 캐리 자금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이탈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상의 충격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됐던 것이다.
하지만 와타나베 부인은 아직도 배가 고픈 모양이다. 게다가 ‘단카이’로 불리는 베이비부머의 정년퇴직으로 앞으로 3년간 50조엔의 퇴직금과 연금이 와타나베 부인에게 실탄으로 공급된다. 따라서 일본중앙은행(BOJ)이 이번 주에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엔 캐리 자금이 한꺼번에 청산되는 사태는 빚어지지 않을 것 같다. 와타나베 부인은 이미 ‘엔 캐리’에 도취됐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와타나베 부인의 등장 배경은 단순하다.10년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직장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남편은 일주일 내내 일에 치여 허덕인다. 남편의 월급으로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자니 은행금리는 지난해 7월까지 ‘0%’였다. 그래서 인터넷 카페 등으로 고민을 주고받던 일본의 아줌마들은 채권 등 해외 금융상품 투자로 눈길을 돌린다. 첫 투자대상은 뉴질랜드 채권과 정기예금 상품이었다. 뉴질랜드 달러화 값은 단번에 22년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리고 호주, 미국, 영국, 한국….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렇게 거래되는 엔화를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라고 부른다. 와타나베 부인들의 엔화 투자 규모는 도쿄 외환시장의 30%에 달한다.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세계는 엔 캐리 자금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엔화가 강세로 치달으면 일본과 투자대상국의 금리 차이보다는 환차손이 더 커져 엔화가 일본으로 역류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최소 2000억달러, 최대 1조달러로 추정되는 엔 캐리 자금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이탈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상의 충격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됐던 것이다.
하지만 와타나베 부인은 아직도 배가 고픈 모양이다. 게다가 ‘단카이’로 불리는 베이비부머의 정년퇴직으로 앞으로 3년간 50조엔의 퇴직금과 연금이 와타나베 부인에게 실탄으로 공급된다. 따라서 일본중앙은행(BOJ)이 이번 주에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엔 캐리 자금이 한꺼번에 청산되는 사태는 빚어지지 않을 것 같다. 와타나베 부인은 이미 ‘엔 캐리’에 도취됐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2007-08-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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