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녹아내려 1년 6개월만에 복원된 강원도 양양 낙산사 동종에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이름이 새겨졌다고 한다. 우리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대에 대형 건설사업 기념비에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졌던 것을 기억한다. 소양강댐과 대청댐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비를 세웠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민박한 것을 기념해 세운 전남 담양의 비석은 얼마 전 5·18 영령 참배객들이 밟고 오갈 수 있도록 망월동 구 묘역 입구에 묻혀 화제가 됐다. 이렇듯 후세 사람들은 대부분 기념비를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으로 본다. 흉물로 여기기도 한다.
문화재청은 유실되거나 훼손된 문화재를 복원하거나 중수할 때는 중수기나 복원기, 상량문에 주관 관청의 이름을 새겨 넣는 것이 관례요, 소중한 전통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다른 문화재의 보수 정비과정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내·외 전문가의 검토와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이름을 지울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낙산사측은 국민의 세금으로 복원된 동종에 유 청장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사찰에서는 보통 동종 내부에 시주자의 이름을 새겨넣을 뿐이다. 낙산사 동종 역시 국민의 정성으로 복원된 종이므로 유 청장의 이름을 새기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의 논의가 어떻게 모아질지 모르겠지만, 이름을 새길 것이 아니라 별도의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옳다고 본다. 권위주의 시대의 망령이 되살아나서는 안 된다.
2006-10-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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