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무책임한 일제피해 진상규명위/윤설영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무책임한 일제피해 진상규명위/윤설영 사회부 기자

입력 2006-07-13 00:00
수정 2006-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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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은 12일자 8면 기사를 통해 “조선인 징용피해자 중 생존자 5명이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사실이 최초로 밝혀졌다는 정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보도했다. 살아 있는데도 ‘일제 전범(戰犯)들의 사당’인 야스쿠니에 합사된 것으로 처리된 김지곤(88)씨가 이미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어처구니없는 얘기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일제강점하피해자진상규명위원회가 12일 아침 보도를 반박하는 해명자료를 냈다. 위원회는 “야스쿠니 신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것은 처음이 맞다.”면서 보도가 ‘허위’라고 주장했다.

이전에 일본 정부에서 확인을 해줬다손 치더라도 야스쿠니에서 직접 확인을 한 것은 처음이라는 얘기였다.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의 동일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해명으로 군색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위원회는 당초 기자들의 사실확인 과정에서 확인 주체가 야스쿠니인지 일본 정부인지 명확히 밝히지도 않았던 터였다. 기자들의 질문에 무턱대고 “처음”이라고만 둘러댔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둘 중 하나다. 위원회가 김지곤씨의 합사가 이미 확인된 사실을 알고서도 일부러 처음이라고 ‘포장’만 새로 했을 수 있다. 아니면 생존자인 김씨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다. 위원회의 말로 보면 둘 중에 후자인 듯하다.

한 관계자는 “김지곤씨가 사망한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다른 관계자는 “우리가 전문가이긴 하지만 어떻게 그런 것까지 일일이 다 알 수 있겠는가.”라고 항변했다. 위원회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어도 일부러 속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위원회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를 위해 특별법까지 제정해 만든 국가기관이다. 담당자 스스로 전문성이 없음을, 최소한 확인해보려는 노력도 안 했음을 자인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오랜 염원으로 발족된 위원회의 존재이유를 희석시키는 것이다. 게다가 출범(2004년)한 지도 벌써 3년째다. 진정 피해자를 위한 국가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할 때다.

윤설영 사회부 기자 snow0@seoul.co.kr

2006-07-1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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