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지팡이/한종태 논설위원

[길섶에서] 지팡이/한종태 논설위원

한종태 기자
입력 2006-02-21 00:00
수정 2006-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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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생신을 맞은 장모님을 찾아뵈었을 때 깜짝 놀랐다. 그전에는 없던 지팡이를 짚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리는 더욱 구부정해졌고, 걸음걸이도 영 신통치 않았다. 평지에서도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야 할 정도였다. 몹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올해 여든인 장모님은 그래도 당신의 불편한 몸보다는 손자들이 건강하고 공부 잘하는지, 사위는 회사를 잘 다니고 있는지, 딸은 엄마와 아내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가 더 걱정인 모양이다. 헤어질 때는 별의 별 밑반찬거리 챙겨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부모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라 했던가.

불현듯 4년전 미국에서 한달 가까이 장모님과 지낸 때가 떠올랐다. 세살짜리 막둥이 손자가 눈에 아른거려 안 되겠다면서 홀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이다. 그때의 한달이 장모님과 우리 가족에겐 가장 즐거운 추억이다. 어머니를 여의어선지 장모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더욱 짙어진다. 잘해주지 못하는 사위의 탄식은 늘어만 간다.‘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십시오.’눈을 감고 기도를 해본다.

한종태 논설위원 jthan@seoul.co.kr

2006-02-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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