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베를린 효과/이목희 논설위원

[씨줄날줄] 베를린 효과/이목희 논설위원

입력 2005-04-11 00:00
수정 2005-04-1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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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세계사의 주된 흐름은 해양국가와 대륙국가의 대치였다. 영국-미국으로 이어지는 해양국가의 패권에 독일-소련(러시아)의 대륙국가가 도전하는 양상이었다. 해양국가가 두려워하는 것은 유라시아 중심부를 제패하는 세력의 등장이다. 독일이 그를 노리다가 1·2차대전의 패배를 맛봤다. 이어 40여년간 유라시아 중심부를 지배한 옛 소련이 힘을 잃자 미국의 봉쇄정책은 중국쪽으로 방향이 옮아가고 있다.

유라시아세력이 밖으로 뻗는 길목은 4군데다. 동북아, 중부유럽·발칸반도, 중동·서남아, 동남아가 그곳이다. 근대 이후 큰 전쟁은 유라시아세력이 해양세력과 맞부딪치는 지역에서 발생했다. 한국전, 월남전이 유라시아 변방에서 벌어진 대표적 전쟁이다. 냉전종식으로 동북아에서 북한·러시아·중국의 대륙세력과 한국·미국·일본의 해양세력의 동맹구도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청와대측은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진을 발생시키는 지각판의 충돌을 예상하기 힘들 듯 유라시아 변방의 불안정은 여전하다.

양대 세력이 만나는 전형적 장소로 한국의 판문점과 독일의 베를린이 꼽힌다. 베를린에서는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로 대륙세력의 힘이 꺾였다. 엄청난 군사력이 밀집된 휴전선을 갖고 있는 한국으로서 베를린은 깊이 참고해야 할 대상이다. 미국과의 동맹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대륙국가 소련을 설득해 베를린장벽을 깬 옛 서독의 지혜가 아직 한국 정부에선 보이질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부터 베를린을 방문함으로써 남북관계와 관련해 관심을 끈다. 전임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3월 남북경협, 한반도냉전 종식을 골자로 하는 ‘베를린선언’을 발표해 그해 6월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

독일과 베를린은 분단 이외에도 한국 상황과 연관이 많다.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독일의 모범사례가 재강조되어야 한다. 독일은 또 수도이전의 선배다. 통일 후 수도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옮기는 문제로 나라가 들썩인 끝에 ‘부분 이전’ 절충안을 채택했다. 우리와 다른 점은 핵심부처가 새 수도로 이전했다는 것이다.‘동백림(동베를린)간첩단사건’이 벌어졌던 곳이기도 하다. 참여정부가 과거사 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있고, 동백림사건도 진상이 새로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노 대통령의 베를린 방문효과가 주목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5-04-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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