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반대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션 헤이스 헌법재판소 연구원

[시론] 반대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션 헤이스 헌법재판소 연구원

입력 2005-03-16 00:00
수정 2005-03-1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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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를 포함해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이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낸 한국인도 사랑한다. 한국인들은 정열적이고, 멋지다고 할 정도로 복잡다단한 민족이다. 무엇보다 주류 사회, 다수 의견에 도전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칠 줄 아는 사람들이다. 국회나 언론 매체에서도 첨예한 의견대립은 쉽사리 발견된다. 거리 집회 참가자들은 물론 택시 기사들도 정부와 정치인에 대해 찬·반 목소리를 높인다.

션 헤이스 헌법재판소 연구원
션 헤이스 헌법재판소 연구원 션 헤이스 헌법재판소 연구원
활발한 반대의견 덕택에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뿌리내렸다. 민주주의를 향한 한국의 큰 걸음은 주류 사회에 대한 도전에서 시작됐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미국인과 한국인은 혁명가의 피와 정신을 물려받았다. 이들은 사회보편적 원칙에 항거할 줄 아는 저항가다.”라고 표현했다. 저항이 쉽지 않던 과거에도 한국인들은 일제 식민주의에 항거, 독립을 이뤘고 무자비한 독재자를 몰아냈다. 결국 아시아 지역에서 몇 안 되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했다. 한국인들은 이러한 성과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또 주류 사회에 대해 강력히 도전하는 정신, 용기가 변화의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정신이 사법부나 교육 현장까지 닿지 못해 참으로 안타깝다. 예를 들어 하급 판사가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판결을 내놓는 일이 심각할 정도로 드물다. 박사과정 학생이라도 지도 교수에게 다른 의견을 피력, 충돌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는 법원과 학교는 자유로운 사고를 위한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이다. 법원은 자유를 수호하고, 학교는 젊은 지도자를 양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주류 사회에 반대하는 도전 정신을 존중하고 증진시켜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물론 우리들 자신에 대해서도 반대할 줄 아는 것은 생각과 실천, 배움의 출발점이다. 만일 반대가 없다면 이런 것들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밀턴은 1644년 저작 ‘아레오파기티카’에서 “갖가지 주장이 이 땅에 활개치고 다니도록 허용하라. 진리가 그곳에서 함께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진리의 힘을 의심해 다른 의견을 내놓지 못하도록 막는 행위는 어리석다. 진리가 거짓과 투쟁하게 놓아둬라. 자유롭고 공개된 대결에서 진리가 거짓에 패배하는 모습을 단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사상의 시장(市場)’이라 불리며 경제학의 자유시장 이론의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이론의 근본 정신은 시장이, 자유로운 사상 교류를 통해 무엇이 진리인지 진단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특정 사상이 경쟁에서 이겨 수용될지 여부를 시장이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연방 대법관 홈즈도 이 이론에 적극 동조했다. 그는 “우리가 열망하는 절대 선(善)은 자유로운 사상 교류 속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진리를 판단하는 최고의 잣대는 시장 경쟁 속에서 승리해 보편적 이념으로 받아들여질 힘을 지녔는가다. 진리는 다양한 사상이 표방하는 열망을 안전하게 성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기반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사법부와 교육계에도 주류 사회에 반대하며 이의를 제기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활발한 반대 의견 개진을 허용하는 것은 헌재는 물론 국가 전체에 이득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소속 연구관들에게 다양한 반대 의견을 개진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런 정신이 사법기관과 교육계에도 전반적으로 확산되길 희망한다. 우리는 반대 의견을 억압하는 문화를 강력히 비판한 풀브라이트 미국 상원의원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우리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도 반드시 고찰해야 한다. 우리는 반대자들의 목소리는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환영하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것들이 말도 안 된다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사고는 멈춰 버리고 행동은 아무 것도 성취할 수 없다.”



션 헤이스 헌법재판소 연구원
2005-03-1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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