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피치 한국 신용등급 강등 검토해…재정건전성 유지 약속하며 설득

지난해 피치 한국 신용등급 강등 검토해…재정건전성 유지 약속하며 설득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21-02-07 17:05
수정 2021-02-0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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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재정지출 급증하며 신용등급 악영향 우려
기재부 “지출혁신, 재정준칙 약속”하며 강등 막아
등급 강등 시 외국인 이탈, 국채금리 상승 등 부작용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정부세종청사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정부세종청사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국가채무가 급격하게 늘면서 우리나라 등급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제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Fitch)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 한국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가 재정건전성을 지키겠다고 설득하면서 실제 강등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국제 신평사도 코로나19로 급증한 재정지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7일 정부 등에 따르면 피치는 지난해 9월 한국과 ‘2020년도 연례협의(콘퍼런스콜)’를 진행하면서 신용등급 강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피치는 2012년 9월부터 한국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유지하고 있는데, 8년 만에 하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피치의 신용등급 기준상 ‘AA-’는 네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피치는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2월 한국 신용등급을 ‘B-’까지 떨어뜨렸다가 이후엔 꾸준히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1월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전망을 한 단계 하향 조정한 적은 있지만, 등급을 낮춘 적은 없다. 기재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정부 관계자는 “보통은 등급을 강등하기 전 전망을 먼저 낮추는데, 지난해엔 바로 등급을 떨어뜨리는 걸 검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제 신평사 중 가장 보수적인 피치는 지난해 영국(AA→AA-)과 캐나다(AAA→AA+)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AAA)과 일본(A)에 대해서도 전망을 각각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떨어뜨렸다. 한국도 이런 ‘칼바람’ 도마 위에 올랐지만, 다행히 ‘AA-(안정적)’라는 등급과 전망 모두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피치와의 연례협의 기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건전성 지표 악화가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중장기 재정건전성에 대해 각별히 경계하고 있고 지출 혁신과 수입 기반 확충, 재정준칙 도입 추진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피치도 “높은 부채 수준이 재정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협의문을 발표하고,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재부 내에선 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여전하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대표적인 재정건전성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은 40%대 초중반이라 주요국에 비해 낮지만 최근 증가 속도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외국인 투자자 이탈과 국채 금리 상승 등 각종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한국이 재정운용을 보수적으로 한다는 건 국제 신평사도 잘 알고 있는데, 최근엔 그런 기조가 바뀌고 재정 적자폭이 커지자 피치가 등급 강등 검토 같은 선제적 경고 목소리를 낸 것”이라며 “아직까진 우리나라 재정 지출이 신평사가 용인하는 수준에 들어가 있지만, 여기서 더 급격하게 늘린다면 분명하게 ‘빨간불’이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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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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