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차단 vs 규제 끝판왕… ‘상법 개정안’ 재계 비상

꼼수 차단 vs 규제 끝판왕… ‘상법 개정안’ 재계 비상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6-07-19 22:50
수정 2016-07-19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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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겨냥한 법안 핫이슈로

19대 국회에 이어 20대에서도 삼성그룹을 겨냥한 법안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시대를 맞아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나서자 야권은 이를 감시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 작업에 나섰다. 특히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설에 힘이 실리면서 지주사 관련 법안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 13일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자사주 의결권 제한법’(상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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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진그룹 때처럼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재벌가의 지배력을 강화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시 한진그룹 오너는 대한항공을 한진칼(지주사)과 대한항공(사업회사)으로 분할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력을 높였다. 총수의 자금 출연 없이도 지배력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자사주의 꼼수’로 불렸다. 반면 일각에서는 박 의원의 법안이 규제 완화라는 큰 트렌드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이 아직 통과 전이지만, 재계는 벌써부터 비상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연내 지주사 개편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오너가 삼성전자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지주사 체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의 지분율은 4%에 불과하지만 지주사로 전환하면 14.3%까지 늘어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유력하게 떠오르는 지주사 시나리오로는 삼성전자를 삼성전자 홀딩스(지주사)와 삼성전자(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하는 것이다. 인적 분할은 한 회사를 둘로 쪼개도 기존 주주가 같은 비율로 두 회사의 주식을 다 갖는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도 존속법인과 함께 신설법인에도 그 지분율만큼 넘어간다. 이후 신설법인의 자사주를 존속법인의 주식과 맞교환하면 대주주 입장에서는 존속법인인 삼성전자 홀딩스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지난해 삼성그룹이 11조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겠다고 밝힌 것도 지주사 개편을 앞둔 사전 정지 작업으로 읽힌다. 자사주를 대거 매입한 뒤 인적 분할을 하게 되면 그만큼 오너의 지배력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지주사 체제 개편은 시장의 관측일 뿐 (법안) 통과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최근 발의된 법안들이) 두렵고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자사주 의결권 제한 법안이 통과되면 지주회사 전환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라면서 우려를 표한다. 자사주 활용 방식이 막히면 대주주가 지주회사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지배력 증가 효과는 종전의 지배력 유지를 고려하지 않은 단순 계산에 의한 착시 효과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반대하는 이들은 “특정 기업(삼성)을 겨냥한 법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자사주의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기존의 감시 장치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자사주에 대한 입법의 세계적인 추세는 규제 완화 쪽”이라면서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때 소액주주의 피해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법제화 시도는 “재계가 자초한 일”이라면서 “기업이 먼저 바뀌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하면 모회사의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모회사는 주주를 대신해 자회사를 통제해야 되는데 의결권 부활이 안 되면 지배력이 약화된다”면서 “잘못된 규제가 오히려 주주 권익을 침해한다”고 말했다.

반면 찬성하는 쪽은 그동안 대주주가 돈 한 푼 안 들이고 자사주를 활용해 손쉽게 지배력을 높여 왔다고 지적한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배주주들이 그간 법의 공백 속에 불로소득을 얻어 왔다”면서 “주주 평등 원칙을 위해 자사주의 신주 배정 금지는 온당하다”고 말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자사주는 자산이 아닌데도 신주와 똑같이 취급하는 현재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서 “인적 분할 단계에서 자회사가 모회사에 자사주를 나눠 주는 것은 상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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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6-07-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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