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정책도 대책도 졸속
1600만 직장인이 ‘증세 없는 복지’ 덫에 걸려들어 대혼란을 겪게 됐다.소급 법 적용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야기한 이번 연말정산 파동은 따져 보면 ‘증세 없는 복지’ 도그마에 갇힌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직접 증세 없이 무상복지 재원을 만들려다 보니 우회 증세로 ‘거위(납세자)의 깃털’(세금)을 뽑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증세는 없다”면서 담뱃값을 올리고 자동차세·주민세 인상 추진에 이어 ‘13월의 보너스’까지 앗아가려 하니 ‘거위’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없던 세금을 새로 만들거나 세율을 올린 게 아닌 만큼 증세가 아니다”(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라는 주장만 되풀이해 국민적 저항을 자초했다.
우왕좌왕하는 한국 增稅
21일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연말정산 관련 당정회의에서 이완구(오른쪽) 원내대표와 주호영(왼쪽) 정책위의장이 굳은 표정으로 손짓을 하는 사이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정부·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연말정산 보완책을 소급 적용하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하지만 이번에도 새누리당과 정부는 오는 4월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을 의식해 ‘연말정산 소급 적용’이라는 땜질 처방으로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표 떨어진다”는 지역구 아우성에 사태의 본질과 법질서 훼손, 법의 안정성은 뒷전이다. 당장 악화된 여론에 떠밀려 올해부터 소급 적용을 한다면 가뜩이나 펑크 난 세수를 어디서 메울지에 대한 고민도 없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런 식이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우회 증세가 또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서 “세제 전반의 틀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5-01-22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