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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압박에 지점장 자살… 그 후 1년] ‘병’ 주고 ‘약’ 주는 은행

[실적 압박에 지점장 자살… 그 후 1년] ‘병’ 주고 ‘약’ 주는 은행

입력 2014-01-15 00:00
업데이트 2014-01-1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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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한 실적평가 여전… 심리상담 프로그램 운영

“병주고 약주나.”

지난해 1월 저조한 실적으로 좌천인사를 당한 KB국민은행의 한 지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년이 됐지만 직원들에 대한 은행권의 실적 압박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만 4명의 은행원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 은행권에서는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정작 스트레스의 원인인 가혹한 실적 평가는 그대로여서 ‘어르고 뺨 치는’ 게 아니냐는 내부 불만은 여전하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6개월 단위로 직원 실적 평가를 실시해 순위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상벌 기준으로 삼는다. 예금·대출, 카드 영업 실적, 모바일 뱅킹 고객 유치 실적 등이 모두 수치화돼 평가받는다.

특히 ‘은행의 꽃’으로 불리는 지점장은 실적이 승진과 후선 배치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평가 시즌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1년 전 자살한 KB국민은행 지점장은 2012년 지점장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경기도의 한 지역본부 업무추진역으로 발령받은 뒤 출근 첫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실적평가 하위 5~10%에 해당하는 업무추진역은 후선으로 배치돼 개인별 영업 실적을 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좌천인사로 여겨진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목표치가 하루아침에 채워지는 것도 아니라서 뻔히 결과를 알고 실적 제출일을 기다릴 때는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실적에 따라 S등급부터 D등급까지 5개 등급으로 나누고 하위 두 등급에 속한 직원들의 성과급을 깎아 상위 두 등급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준다. 은행원 이모(36)씨는 “잘하는 직원들에게 상을 주는 것은 인센티브가 되지만 못한 직원들의 성과급을 깎아 잘한 직원에게 주는 것은 상대적 박탈감을 줄 뿐”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업적평가를 통해 지점장을 1~5등급으로 나누고 가장 낮은 등급에서 실적을 내지 못하면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준다. 하나은행 역시 실적 목표치를 여러 번 달성하지 못하면 후선 배치한다.

은행 측은 수익이 급격히 줄어드는 마당에 실적주의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명한다.

한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는 “영업환경이 어려울수록 부실대출이나 불건전 영업의 위험을 항상 경계해야 하기 때문에 지점장 평가와 연계한다”고 말했다. 각 은행은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각종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감정노동 정도가 심한 고객센터에 1, 2급 전문 심리상담사를 배치해 심리검사와 상담을 해주고 있다. 우리은행도 ‘직원고충 119’ 프로그램을 통해 은행 안팎에서 전문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4-01-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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