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범 한국빙속 74년 꿈 이뤘다

모태범 한국빙속 74년 꿈 이뤘다

입력 2010-02-17 00:00
수정 2010-02-17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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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m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

│밴쿠버 조은지특파원│74년 만이었다. 올림픽 금메달에 목말랐던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이 드디어 꿈을 이뤘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은 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간판종목 쇼트트랙의 뒷전에 있었던 설움도 날아가는 듯했다. 의외의 선수가 해내 더 드라마틱했다. ‘4전5기’의 이규혁(32·서울시청)도, 이강석(25·의정부시청)도 아니었다. 걸출한 두 형님에 가려 제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없는 모태범(21·한국체대)이 새 역사를 쓴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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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모태범이 16일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 경기장에서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밴쿠버 연합뉴스
태극기 휘날리며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모태범이 16일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 경기장에서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밴쿠버 연합뉴스


모태범은 16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500m 결승에서 1·2차 시기 합계 69초82를 기록, 일본의 나가시마 게이치로(69초98)를 0.16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메달은 가토 조지(일본·70초01). 일본과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에서도 승리했다.

쇼트트랙을 제외한 종목에서 동계올림픽 금메달이 나온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1992알베르빌대회 김윤만(은), 2006토리노대회 이강석(동)이 따낸 메달이 전부였다. 14일 이승훈(22·한국체대)이 5000m에서 ‘은빛 질주’를 하더니 모태범이 드디어 ‘노다지’를 캐냈다. 1948년 생모리츠대회 때 처음 스피드 스케이팅에 도전한 이후 62년 만의 경사다. 김정연이 일장기를 달고 뛰었던 1936년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올림픽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74년 만에 캐낸 금메달.

모태범은 “믿기지 않는다. 꿈꾸던 일이 현실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김관규 대표팀 감독도 “10년 넘는 지도자 생활 중 가장 놀라운 일이다. 1위가 확정될 때 뒷목이 찌릿했다.”고 했다. 모두가 그랬다. 모태범의 월드컵 시리즈 500m 랭킹은 14위. 그에게 주목하는 이는 없었다. 국내외 언론의 관심은 온통 월드컵 랭킹 1, 2위인 이강석과 이규혁에게 집중됐다.

지난해 12월 미디어데이 때도 모태범은 질문을 거의 받지 못했다. “이럴 거면 훈련이나 할걸. 왜 불렀어.”라는 마음에 울컥 서운함이 복받쳤다.

대신 독기를 품었다. 일곱 살 때 취미로 스케이트화를 신은 그는 순발력과 집중력, 승부근성을 타고났다.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다. 당연히 ‘연습벌레’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경기장에선 상대에게 얕잡아 보일까 미소도 잘 짓지 않았다. 강해 보이고 싶어 왼쪽 귀에는 피어싱을 했다. 더구나 며칠 전엔 절친한 이승훈이 은메달을 땄다. “나도 못할 게 없다.”며 더 마음을 단단히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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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금메달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스스로도 뜻밖이었다고 했다. 18일 주종목인 1000m 실전경기를 앞두고 몸풀기 삼아 나왔다. 그런데 그만 ‘대형사고’를 쳤다. 마침 현지시간인 15일은 모태범의 생일. 역대 동계올림픽사에서도 네 번째인 진기록이다. 1976년 인스부르크대회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500m에 출전한 노르웨이의 얀 에글 스토홀트 이후 무려 34년 만이기도 하다. 그는 상기된 얼굴로 “내 인생에 가장 큰 생일선물을 내가 줬다.”고 기뻐했다. 한편 이강석(70초04)은 0.03초 차로 동메달을 놓쳤고, 이규혁은 70초48로 15위, 문준(성남시청)은 71초19로 19위를 차지했다.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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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사진 보러가기]
2010-02-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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