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 전문기자 인물 프리즘]정년퇴임 ‘고관절 명의’ 유명철 경희대의대 교수

[김문 전문기자 인물 프리즘]정년퇴임 ‘고관절 명의’ 유명철 경희대의대 교수

입력 2009-03-02 00:00
수정 2009-03-0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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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잘려 고생하신 선친 보고 의사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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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삶과 의료의 아름다운 동행(同行)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되려고 노력한 삶이 어느덧 서른여섯 성상이다.

28일 우리나라 고관절 의학계의 개척시대 태두로 꼽히는 ‘이 시대의 명의’ 경희대의대 유명철(66) 교수가 정든 강단을 떠났다. 평생 유도로 다진 건강이 젊은이 못지않은 때에 강단과 의료 현장을 떠나는 일이 어찌 아쉽지 않을까. ‘정년’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후배, 사랑하는 제자들과 석별의 악수를 나눴지만 이 삶의 한 굽이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기에 그는 담담했다. 다들 “겨우 인생 전반전을 끝냈을 뿐 후반전은 이제부터”라며 새 출발을 기대했다.

●표면치환술 개발해

‘대퇴골 괴사’ 치료그가 쌓아온 업적을 잠시 되돌아본다. 1975년 미세수술에 전력을 쏟은 결과 국내 최초로 절단사지 재접합 수술에 성공,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듬해에는 세계 최초로 대퇴부절단 접합수술 성공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어 1977년 인공관절연구소를 설립, 1만 2000여회에 이르는 수술을 했으며 1986년에는 관절염 및 인공관절 재단을 만들어 전국의 오지를 마다하지 않고 지금까지 4만 7000여회에 달하는 무료진료를 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또 하나의 획기적인 업적을 이룩했다. 인공관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표면치환술을 개발해 운동선수들에게는 치명적인 ‘대퇴골괴사’를 치료한 것. 이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강단과 진료실을 오가며 그가 길러낸 제자 전문의만 177명에 이른다. 외국에서 온 벽안의 연수생 50여명도 그의 품에서 길러냈다. 외래환자 수가 24만 2000여명에 이르고 중국, 사할린 등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환자들도 많다. 국내외 의학잡지에 발표한 논문만 320편에 36회의 각종 학술상을 수상했다. 연구 성과도 빛난다. ‘생비골 이식술’ ‘비구내벽절골술’ ‘선천성 고관절 탈구환자 인공관절수술’ 등을 비롯해 다양한 대퇴골두 괴사증 치료법을 발표하고 임상에 적용했다. 이같은 공로로 최근 이 교수는 경희대 의대 사상 최초로 석좌교수에 위촉됐다.

“제가 의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운명입니다. 개인적으로 보더라도 검사였던 선친께서 손가락이 잘려 평생을 불구로 지내셨던 점이 저를 의사로 인도했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신 모친께서 의사야말로 사회를 밝게 하고 불우한 이웃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늘 강조하셨지요.”

정형외과를 택한 것도 선친의 영향 때문이다. 그는 사지절단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고통을 덜겠다는 일념으로 미세수술 분야에 뛰어들었다. 초창기 실험용으로 요절낸 토끼만 200마리가 넘을 만큼 온 정열을 쏟았다. 재접합수술이 성공을 거둘 무렵,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근처 목재소에서 일하던 30대 남자가 전기톱에 대퇴부가 잘려나간 상태로 실려 왔다. “이 남자를 살려내야 한다.”는 어떤 운명적 계시에 의해 8시간의 수술 끝에 잘려진 다리를 연결하는 데 성공, 국내는 물론 세계 의학계를 놀라게 했다.

●20년 넘게 전국 돌며 의료봉사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지난해 서울시민대상을 수상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20여년째 봉사 현장을 누비면서 숱한 미담사례도 만들었다. “초기 의료봉사는 많은 한계가 있었지요. 장비도 변변찮고 달랑 청진기 하나 들고 돌아다니느라 고생도 많았습니다. 다행히 제가 가입한 로터리클럽에서 1억원을 모금, 엑스레이 촬영기와 현상기 등을 갖춘 진료차량을 구입한 1986년 이후에는 최대한 많이 다녔습니다.”

진주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부산에서 지냈다. 1961년 부산고를 나와 1967년 서울대를 졸업했다. 미국 샌디에이고대학병원 연수, 독일 홈브르크대학병원 연수 등을 거쳐 경희대 의무부총장 및 의료원장,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장, 아시아·태평양인공관절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9순의 노모를 모시고 있으며 슬하에 1남1녀. 앞으로 할 일을 물었더니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남을 위해 베풀 수 있는 특기를 하나씩 갖고 있게 마련이다. 의사가 되면서 평생을 열정과 꿈, 봉사와 실천 의지 등 4가지로 살아왔다.”며 “병마의 고통을 덜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또 후배들이 잘해 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년을 맞은 그의 얼굴에 아쉬움보다 더 큰 보람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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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seoul.co.kr
2009-03-0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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