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어원은 알 수 없다. 다만, 추운 겨울 대보름을 전후해 빈 논에 모여 팔이 아프도록 망우리를 돌렸던 기억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중요한 건 어원이나 그 행사의 의미가 아니다. 그때 어둠 위에 그려진 동그란 빛무리 안에 자리 잡았던 얼굴들이 지금도 잊히지 않고 남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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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리가 우리의 밤놀이 중 하나였을 때 그때는 재료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통조림을 먹은 후에야 겨우 구할 수 있는 깡통. 그걸 구하기 위해 마을 구석구석을 뒤지고 다녔다. 그렇게 구한 깡통에 못으로 빙 둘러가며 구멍을 내고 철사로 중심을 잡아 양쪽을 연결한 다음 돌리기에 적당한 길이로 줄을 연결하여 망우리를 만들었다.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가 우리는 마을 앞 논에다 모닥불을 피웠다. 각기 주머니에 넣고 온 감자며 고구마를 그 위에 올려놓고 솔가지에 불을 붙인 다음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망우리를 돌렸다. 쉬익 쉬익, 뚫어진 구멍 사이로 바람이 들어가면서 깡통은 순식간에 발갛게 달아오르고 타고 남은 어둠의 재가 하늘에 은하수처럼 뿌려졌다. 그때 그 원 안에서 얼굴이 발갛게 익어가던 친구들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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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는 길수가 늘 말썽이었다. 깡통에 떨어진 고무신을 넣고 돌려 녹은 고무가 날아가 다른 아이의 나일론 점퍼에 구멍을 내는가 하면 얼굴이나 손에 떨어져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한 번은 망우리를 누가 멀리 던지나 시합을 했는데 있는 힘을 다해 돌리던 길수의 손에서 빠져나간 망우리가 문제였다. 논에 여물로 쓰려고 쌓아둔 짚가리로 날아가 불이 붙은 것이다. 댕 댕 댕 댕 급하게 종이 울리고 마을 어른들은 각기 대야며 물동이를 들고 나와 불을 끄기 시작했다. 불은 짚가리를 완전히 태우고서야 꺼졌다. 자칫하면 인근의 집으로 옮겨 붙을 수도 있었지만 천만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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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우리는 오랫동안 망우리를 돌리지 못했다. 그것이 우리의 마지막 망우리였다. 차를 세우고 망우리 불빛을 넋 놓고 바라본다. 길수, 윤진이, 진흥이…. 돌아서면 잊은 줄 알았던 기억 몇 개가 자꾸 나를 원 속에 가둔다. 이번 대보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고향에 다녀와야겠다.
글·사진 문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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