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장편영화로 돌아온 임순례 감독

세 번째 장편영화로 돌아온 임순례 감독

입력 2008-01-05 00:00
수정 2008-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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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47) 감독은 핸드볼 감독이 다 됐다.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 테이프만 수십번 돌려 봤다. 이전 올림픽 경기는 물론이고 세계선수권대회, 핸드볼 큰잔치까지 경기장과 화면을 오가며 관전했다.“농담 삼아 제가 그래요. 이번 영화 실패하면 핸드볼 감독 되려는데 팀이 없어서 (못 한다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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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
임순례 감독
영화가 끝났으니 숨을 좀 돌릴 줄 알았다.2일 임 감독은 점심시간까지 쪼개 인터뷰 중이었다. 그러나 개운해 보였다. 시사회 반응 때문이다.“제가 예상한 것보다 관객들이 훨씬 몰입해서 보시더라고요. 영화에서 배우들이 골을 넣거나, 골키퍼 조은지씨가 골을 막으면 진짜 경기인 것처럼 박수를 치세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그의 세 번째 장편이다.‘세 친구’‘와이키키 브라더스’이후 7년 만이다. 그간 ‘임순례’라는 크레디트는 관객에게는 작품에 대한 믿음을, 영화에는 비주류에 대한 시선을 보증했다. 그러나 이번 영화로 그는 대중영화도 잘 빚어낸다는 평을 얻었다.“좋죠. 일부 분들은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좋아했던 관객들에게 배신감을 줄 수도 있다고 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아요. 영화를 보면 제가 이전에 만들었던 정서나 주제가 그대로 남아 있어요.‘와이키키’도 저는 대중들이 많이 볼 줄 알았는데요.”

감독은 밝은 외피를 입자고 배우와 상의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씩씩한 사람처럼. 고통이나 아픔은 안에 가둬둔 채로. 그래서 영화는 추레한 일상에서도 잽처럼 웃음을 날린다.“꿀꿀하고 우울한 얘기를 우울하게 하지 말자고 문소리씨와 얘기했어요. 그렇게 해도 제가 전하고 싶은 감정이나 메시지는 충분히 전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게 작품을 대하는 변화라면 변화랄까요.”임 감독은 전작에서 배우의 연기나 카메라 워크, 화면 구성이 경직되어 있음을 느꼈다. 나이가 드니 생긴 ‘관용’이라고 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되물었다. 좋게 말하면 ‘자신감’ 아니겠냐고.“예전에는 그렇게 하면 뭔가 경망스러운 것 같고 낯간지러웠는데…. 영화나 관객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이해도도 높아진 것 같고요.”

복병은 찜통 같은 체육관이었다.8월의 체육관은 에어컨 두 개를 돌려도 36∼37도를 육박했다. 배우들은 바닥에 축 늘어져 있다가 감독의 ‘슛’소리만 나면 부스스 일어났다. 촬영 현장에 놀러온 배우 김지영의 남편 남성진씨는 흠칫 놀랐다.“좀비들이 스물스물 일어나 영화 찍는 것 같다.”고.

배우들은 몸을 불리며 자신감을 불렸다. 핸드볼 기술까지 익자 그게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삼투됐다. 감독은 공의 상당 부분을 배우에게 돌렸다.“이 이질적인 배우들을 어떻게 조합하고 용해할 것인가. 관객들이 뜨악하게 생각하는 이상으로 저 역시 그랬어요.”김정은은 진통제를 몇 차례나 맞아가며 대역도 마다했다.‘발랄정은’인 그의 캐릭터는 감독에게도 부담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도, 영화에도 변화를 만들어 냈다. 문소리는 구심점이었다. 마치 운동선수들의 맏언니처럼 배우들에게 매일 술도 사먹이며 감독의 힘을 덜었다.

임 감독은 가까운 주변 사람의 이야기나 신문, 인터넷에서 얘깃거리를 찾는다. 특히 사회면 기사를 유심히 본다.“단순히 누가 누구를 죽였다, 누가 누구를 폭행했다는 사건 자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당사자의 삶의 모습을 보려 하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 끝나고 여자 핸드볼 선수들은 반짝, 관심을 얻었다. 곧 사그라졌다. 감독은 그게 ‘한국의 자화상’이라고 했다. 자신의 말처럼 그는 핸드볼 감독이 할 만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서울시내 초등학교에 핸드볼팀이 한두 개밖에 없어요. 그건 중고등학교, 실업팀도 없다는 거고, 결국 국가대표도 없다는 거거든요. 영화가 말하는 게 그런 거죠. 꼭 1등, 외관이 빛나는 것들에만 우리가 집중을 해야 되느냐.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건 의미가 없는 것인가. 이건 핸드볼 한 종목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총체적인 문제입니다.”

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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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2008-01-0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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