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대선 릴레이 시론 (14)] 검찰·사법 국가를 부추기는 대선/송호창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

[2007 대선 릴레이 시론 (14)] 검찰·사법 국가를 부추기는 대선/송호창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

입력 2007-12-14 00:00
수정 2007-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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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가 없진 않겠지만, 법률가는 정치를 하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법률가는 모든 사회현상을 적법과 불법으로 구분하고, 형사고소나 소송으로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훈련이 되어 있어서 양보와 타협의 원리가 작동하는 정치영역에는 적합하지 않다. 법률 실무가에게 양보는 미덕이 아니라 무능함을 뜻한다. 정치영역에 법이 과도하게 개입하면 사회는 살벌해지고, 고유의 작동원리를 폭력적으로 정지시킨다. 불행히도 우리 사회는 법 과잉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치인들도 토론과 타협을 하지 못하고 걸핏하면 소송한다. 중요 정치사안을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는 것은 권력을 사법부에 넘기는 결과를 낳는다.2004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행정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한 위헌결정은 그 극단을 보여 준다. 대선과정에서 법 과잉현상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나타났다.BBK수사발표를 앞둔 서울지검 앞 풍경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검찰청 담장 밖에서 후보들이 선거유세를 하는 동안에도 정치부 기자들은 검찰청 내에 보도본부를 차려 놓고 검찰의 입만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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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창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
송호창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
후보들도 자신의 정책과 공약을 알리는 것보다 검찰 수사와 관련한 행보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정치권의 동향이 검찰의 수사방향과 의지에 따라 미친 듯이 춤추고 있다.BBK 수사발표 후에도 검찰수사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뤄졌는지 여부가 최대쟁점이 됨으로써 여전히 영향력의 끈을 놓지 않게 되었다.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은 실종되고 그 빈 자리를 검찰 수사발표가 차지했으며, 그에 따라 후보의 지지도가 달라지고 있다. 대통령을 검찰이 결정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들 이런 선거판은 처음 본다고 입을 모은다.

‘법률가들이 민주주의 밖에서 법리를 근거로 민주주의를 심판할 수 있는 특별한 지위를 갖게 되었다.’는 최장집 교수의 지적은 민주주의라는 정치문제에 사법작용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에서 타당하다. 사법부와 검찰이 의회가 만든 법률을 가볍게 폐기하고, 대통령 선거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상황은 헌법원리에도 반하고, 민주공화국의 본질에도 맞지 않는다. 그들은 소수의 엘리트일 뿐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대의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법부는 국회나 대통령처럼 권한행사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없다. 아무리 미덥지 못하더라도 정치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치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이다. 사법판단은 국민여론에 따라 달라질 수 없고, 공평정대한 법 적용이어야만 한다. 사법영역과 정치영역은 그 작동원리가 전혀 다른 것이다. 법과 제도의 과잉, 사법부 기능의 확대, 특히 정치영역에 대한 사법부의 과도한 관여는 정치를 왜곡시킨다. 사법부가 정치의 영역에 과도하게 관여하면 정치는 다운사이징되고, 정치혐오증은 더욱 심화된다.

제왕적 대통령에 이어 제왕적 사법부의 출현이 한국의 고유현상은 아니지만, 비정상적이고, 민주주의 기본원리에 반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검찰국가, 사법국가의 경향이 더욱 커지는 것은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에 적신호이다. 대통령선거가 아수라장이 되는 틈에 민주주의를 기형으로 만들 수 있는 독버섯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그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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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창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
2007-12-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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