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제2의 김근태를 기다리며

[한종태 정치전문기자의 정가 In&Out] 제2의 김근태를 기다리며

입력 2007-06-23 00:00
수정 2007-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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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선거망국론이 나올 지경이다.‘이 놈의’ 나라는 사실 선거와 무관한 때가 거의 없지만, 이번 대선 정국은 좀 심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화된 대선 정국은 연말까지 온 나라를 들쑤실 것이고, 다음 선거 일정인 내년 4월의 국회의원 총선은 적어도 상반기까지 대한민국 호의 불투명성을 확대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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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질과 능력, 비전 제시 대결은 뒷전인 채 오로지 과거사 캐기 검증 공방에만 매몰돼 있다. 측근들간의 막말 공방은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일부는 의원직까지 내걸고 공방을 벌인다. 한나라당 얘기다. 하지만 서서히 윤곽을 잡아가는 범여권도 이런 기류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급기야 ‘보이지 않는 손’ 논란까지 가세해 정치권 전체로 전선이 확대되면서 민망스러운 행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후보측은 청와대 및 범여권과 박근혜 후보측의 연대설까지 주장한다. 정치도의상 이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만약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난다면 ‘막장’ 정치판이 되는 것은 불문가지다.‘막장’ 인생처럼 말이다.

더욱 놀랄 일은 후보들까지 직접 나서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후보는 박 후보를 겨냥하고, 박 후보 역시 그동안 자제 모드에서 탈피해 직접 이 후보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범여권의 ‘빅3’인 손학규·정동영·이해찬 3자간의 신경전과 상호 비방전도 갈수록 강도가 세질 전망이다. 이쯤 되면 같은 당, 같은 진영이라고 누가 믿겠는가. 겉으로는 어쩔 수 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있지만, 내심 상대방에게 회복 불능의 치명타를 안기려는 생각뿐이다. 한나라당에는 살생부가 2개나 있다고 한다. 하나는 이명박 후보측에서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로 낙인찍은 박근혜 후보측의 핵심 인사 명단이고, 다른 하나는 박 후보 캠프에서 같은 이유로 만든 이 후보측의 핵심 인사 명단이란다. 서로가 ‘응징’이란 단어를 거리낌 없이 쓰고 있다.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사즉생’의 각오로 경선에 임하는 자세는 좋다. 그러나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유아독존식의 사고방식은 버리는 게 낫다. 네거티브 공세도 다 그런 데서 연유한다. 국가 발전과 정치 발전을 위해 이 한몸 밀알이 돼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한번쯤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차제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처럼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말 잔치 속에서 당사자들은 즐겁고 정치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확인할지 모르나, 국민 다수는 불쾌해한다.‘정치혐오지수’만 상승곡선을 그릴 뿐이다.

동국대 박명호(정치학) 교수는 “대통령선거에 나설 의향이 있는 후보라면 어느 정도 품위와 격식을 갖춰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면서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정치가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무엇인지 고민할 때 정치의 업그레이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근태 의원은 얼마 전 대선 후보에 대한 욕심을 과감하게 내던졌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기에 ‘살신성인’이라는 칭찬이 자자하다. 그가 킹 메이커가 되든, 안 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여야 모두 투쟁만을 외치는 각박한 정치현장에서 김근태처럼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주길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일까. 그럼에도 자꾸만 제2, 제3의 김근태를 기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jthan@seoul.co.kr
2007-06-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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