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의 사전조율 기능이 실종되고 있다. 당·정·청의 목소리가 제각각이고, 정부내의 개별부처들도 개인플레이만 하고 있다. 그 결과 경제정책이 거칠어지고,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 정책마저도 끝없이 흔들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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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영 이사대우·멀티미디어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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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영 이사대우·멀티미디어 본부장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양극화 해소 대책은 그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민주화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는 너무 많이 가진 계층과 아무것도 갖지 못한 계층이 불어나고 그 중간계층은 줄어들어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소득격차의 확대는 교육·취업 기회의 격차 확대로 이어지며 계층이 고착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행히도 이를 치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회 전반에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신년회견에서 이 문제를 올해 역점과제의 하나로 제시했다.
그러나 그 세부 대책을 세우는 과정은 한마디로 목불인견이었다. 주무부처인 재경부가 대책을 발표하는 족족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뒤집고 나서는 일이 여러번 되풀이됐다. 일주일 동안 네번이나 뒤집힌 1∼2인 가구에 대한 근로소득 추가공제 폐지를 비롯, 상장주식의 양도차익 과세, 소주세율 인상 등이 그런 예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내에서도 환율·부동산 등의 굵직한 현안들마다 부처들간에 불협화음이 끝없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개별 부처에 따라 현안들에 대한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이를 적절히 조정하기 위해 경제부총리-정책위의장-경제수석 라인과, 그 위로 총리-당의장-비서실장으로 이어지는 2중의 협의채널을 두고 있다. 왜 이런 채널들이 제때에 가동되지 않는 것일까. 사전에 조율하면 될 문제를 가지고 굳이 온국민을 관중 삼아 기싸움을 벌이는 행태가 되풀이되는가.
문제는 재경부가 경제사령탑으로서의 정책조율 기능을 상실했다는 데에 있다고 본다. 예산·세제·금리의 3대 정책수단이 분리된 현재의 기능분산 시스템은 DJ정부 시절 재경원(재경부 전신)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 결과 재경원 독주는 없어졌지만 경제부총리의 권한이 지나치게 약화돼 경제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기가 어렵게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 점을 잘 인식하고 잦은 독대를 통해 의식적으로 경제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을 자주 독대하면 리더십이 생긴다. 이 방식은 실제로 개별부처를 통솔하는 데 상당한 효력을 발휘했다. 참여정부에서는 실세총리로 일컬어지는 이해찬총리가 경제를 직할하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경제사령탑의 역할도 경제부총리에서 총리로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정책기능이 분산된 시스템 하에서 실세총리의 추진력은 상당한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정을 총괄하는 총리가 경제분야의 실무진들을 직접 진두지휘해가며 세세한 현안들을 모두 챙기고 조율해내기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이 총리에게는 강한 추진력이 있지만 섬세함이 부족하고, 한덕수 부총리에게는 섬세함이 있지만 기능발휘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요즈음 그 틈새가 유난히 커보인다. 양극화 해소 재원대책을 비롯한 굵직한 경제정책들이 엎치락뒤치락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가 여론의 질타를 당하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언론의 편파보도라고만 몰아붙일 일이 아니다. 시스템에 문제점이 드러나면 신속하게 보완해야 하는 것이다. 경제부총리의 정책조율 기능이 시급히 복원돼야 한다. 경제부총리의 말발이 통하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 일은 노 대통령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