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 추억의 설 풍경

7080 추억의 설 풍경

입력 2006-01-26 00:00
수정 2006-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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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 세밑의 떡 방앗간은 집에서 불려온 쌀로 가래떡을 뽑기 위한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엄마 대신 줄 서 있는 까까머리 소년들은 바지속에 손넣어 지루함을 달래고, 저멀리 아낙네들은 팔장을 낀 채 언제 내 차례가 올지 헤아려 보고 있다. 요즘에는 볼 수 없는 설밑 풍경이 재미있다.
1970년대 초 세밑의 떡 방앗간은 집에서 불려온 쌀로 가래떡을 뽑기 위한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엄마 대신 줄 서 있는 까까머리 소년들은 바지속에 손넣어 지루함을 달래고, 저멀리 아낙네들은 팔장을 낀 채 언제 내 차례가 올지 헤아려 보고 있다. 요즘에는 볼 수 없는 설밑 풍경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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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 2월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거리 풍경. 설날을 맞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들이 팔짱을 끼고 거닐고 있다. 부풀린 머리와 작은 핸드백이 당시 유행의 흐름을 보여준다.
72년 2월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거리 풍경. 설날을 맞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들이 팔짱을 끼고 거닐고 있다. 부풀린 머리와 작은 핸드백이 당시 유행의 흐름을 보여준다.
“세 밤 남았다, 두 밤 남았다.”

섣달 그믐날 밤이 왔습니다.

눈썹이 셀까 조바심에 눈꺼풀을 열심히 비빕니다. 아버지가 안타까웠는지 화롯불로 손짓합니다.

가래떡을 살짝 구워주시며 화장실 귀신, 참새 귀신, 처녀 귀신 얘기로 공포스럽게 합니다. 시간이 지나 동이 터오를 새벽녘에 그만 꾸벅 잠이 들었습니다.

때때옷이랑 새 신발을 손에 꼭꼭 쥔 채로….

드디어 정월 초하루가 밝았습니다.

눈 비비고 일어나니 마당에 눈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세상에 나온 지 한 달 된 강아지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 블루스를 춥니다. 볏을 꼿꼿이 세우고 닭이 바짝 경계를 합니다.

백옥같이 흰 가래떡을 쑥쑥 썰던 어머니가 힐끔 쳐다보더니 “저것들도 명절인 줄 아는가벼.” 하면서 밤새 음식을 장만하느라 지친 몸을 달래 봅니다. 아버지가 어깨를 툭 치며 어서 가자고 손짓합니다. 이끌려 할아버지한테 세배를 했습니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복주머니를 꼭꼭 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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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시골 마을에서 떡 만드는 정겨운 모습.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사이 좋게 떡판을 놓고 떡을 빚고 있고, 그 뒤로는 나이든 할아버지가 그래도 힘깨나 쓴다고 떡메를 치고 있다. 어린아이와 소, 닭들이 사이 좋게 떡 빚는 모습을 구경하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70년대 시골 마을에서 떡 만드는 정겨운 모습.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사이 좋게 떡판을 놓고 떡을 빚고 있고, 그 뒤로는 나이든 할아버지가 그래도 힘깨나 쓴다고 떡메를 치고 있다. 어린아이와 소, 닭들이 사이 좋게 떡 빚는 모습을 구경하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설날 저녁이었습니다. 삼촌이랑 건넛마을에 사는 친척 형제들이 세배하러 왔습니다. 아버지가 술과 음식을 권합니다.“느그들 명절엔 온갖 근심을 다 내려놓그라. 가족이 있어 이렇게 보는 게 얼마나 좋으냐.”고 몇 번이고 강조하십니다. 어머니는 “어여 많이들 먹어.”라며 분위기를 돋웁니다. 쌀밥과 쇠고기, 기름진 떡을 실컷 먹었습니다. 이날 밤처럼 변소간을 자주 들락거린 적이 없었습니다. 신문지를 찢어가며 손에 꼭꼭 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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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2월 경기도 남양주의 설 풍경. 온가족이 눈밭에 미끌어질세라 손에 손을 맞잡고 이웃 마을 어른께 세배하러 가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85년 2월 경기도 남양주의 설 풍경. 온가족이 눈밭에 미끌어질세라 손에 손을 맞잡고 이웃 마을 어른께 세배하러 가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자라서 나중에 아버지가 됐습니다.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졌습니다. 똥개 ‘도그’와 올가미에 걸린 꿩을 잡으러 갔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꿩은 해산한 순이 엄마한테 갖다 주라던 어머니 말씀에 막 울었던 나의 살던 고향이 그립습니다. 성질부려 흘리는 코를 손으로 닦아주었던 어머니의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집니다. 좋아했던 술을 줄여 동네 꼬마 장애인에게 휠체어를 설 선물로 주었던 아버지의 모습에 새삼 머리 숙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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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년 설날을 맞아 색동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손녀가 할머니에게 세배를 올리고 있다. 할머니와 손녀 사이에 놓여 있는 곰돌이 저금통은 아마도 세뱃돈을 기다리지 않을까.
81년 설날을 맞아 색동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손녀가 할머니에게 세배를 올리고 있다. 할머니와 손녀 사이에 놓여 있는 곰돌이 저금통은 아마도 세뱃돈을 기다리지 않을까.
올해도 어김없이 설 명절이 왔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고향은 늘 아무 조건없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들뜨고 설레는 마음은, 어른이나 아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손가락으로 ‘세 밤’‘두 밤’을 헤아렸던 아이가 “고향 가면 할아버지 산소에 가야지.” 하는 얘기에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독자 여러분 올해는 더욱 가족을 챙기시고 꼭꼭 부자되세요∼.

WE팀
2006-01-26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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