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종, 다문화 국가인 미국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화적 갈등은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다. 스페인어(Spanish)와 영어(English)의 합성어를 뜻하는 제목의 영화 ‘스팽글리쉬’(Spanglish·22일 개봉)도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멕시칸 모녀가 미국에 정착하면서 겪는 문화 충돌을 그린 코미디 드라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제임스 브룩스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답게 중산층 가정의 허상, 성공과 부를 바라보는 양면적 가치, 가족의 소중함 등 어디나 다를 바 없는 인간사가 섬세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묘사된다.
남편을 잃은 플로르(파즈 베가)는 딸 크리스티나를 위해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불법 입국한다. 영어 한마디 못하면서도 늘 당당하고 활달한 플로르는 LA의 중산층 가정인 클래스키 부부의 집에 가정부로 고용된다.
플로르 일행이 면접을 보기 위해 클래스키 부부의 집을 처음 방문하던 날, 거실과 정원 사이에 가로놓인 투명한 유리창에 코를 부딪히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중산층 백인 가정과 멕시칸 모녀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향후 겪게 될 갈등을 암시하는 듯한 대목이다.
일류 요리사인 존 클래스키(애덤 샌들러)와 그의 아내인 아름답고 지적인 데보라(테아 레오니)는 겉보기엔 완벽한 부부.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처럼 허약하다.
자신의 레스토랑을 아늑한 공간으로 남겨두고 싶어 요리비평가의 별 네개를 반가워하지 않는 따뜻한 감성의 존과 뚱뚱한 딸의 다이어트 욕구를 자극하고자 한치수 작은 옷을 사다주는 데보라가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키는 건 불보듯 뻔한 일. 이 모든 상황이 플로르에겐 영어만큼이나 이해못할 노릇이다. 특히 고향에서 가부장적인 남자들만 보던 플로르에게 존의 눈물은 연민과 애틋함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크리스티나를 자기 딸처럼 맘대로 하려는 데보라의 행동에는 부아가 치민다.
서로 이질적인 문화 충돌에 관한 이야기이자 보편적인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기도 한 영화는 주연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한층 흡인력을 발휘한다.
페넬로페 크루즈와 함께 스페인에서 쌍벽을 이루는 여배우인 파즈 베가는 매혹적인 외모와 강단있는 연기로 플로르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코미디 배우로 널리 알려진 애덤 샌들러의 편안한 연기도 인상적이다.12세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제임스 브룩스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답게 중산층 가정의 허상, 성공과 부를 바라보는 양면적 가치, 가족의 소중함 등 어디나 다를 바 없는 인간사가 섬세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묘사된다.
남편을 잃은 플로르(파즈 베가)는 딸 크리스티나를 위해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불법 입국한다. 영어 한마디 못하면서도 늘 당당하고 활달한 플로르는 LA의 중산층 가정인 클래스키 부부의 집에 가정부로 고용된다.
플로르 일행이 면접을 보기 위해 클래스키 부부의 집을 처음 방문하던 날, 거실과 정원 사이에 가로놓인 투명한 유리창에 코를 부딪히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중산층 백인 가정과 멕시칸 모녀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향후 겪게 될 갈등을 암시하는 듯한 대목이다.
일류 요리사인 존 클래스키(애덤 샌들러)와 그의 아내인 아름답고 지적인 데보라(테아 레오니)는 겉보기엔 완벽한 부부.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처럼 허약하다.
자신의 레스토랑을 아늑한 공간으로 남겨두고 싶어 요리비평가의 별 네개를 반가워하지 않는 따뜻한 감성의 존과 뚱뚱한 딸의 다이어트 욕구를 자극하고자 한치수 작은 옷을 사다주는 데보라가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키는 건 불보듯 뻔한 일. 이 모든 상황이 플로르에겐 영어만큼이나 이해못할 노릇이다. 특히 고향에서 가부장적인 남자들만 보던 플로르에게 존의 눈물은 연민과 애틋함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크리스티나를 자기 딸처럼 맘대로 하려는 데보라의 행동에는 부아가 치민다.
서로 이질적인 문화 충돌에 관한 이야기이자 보편적인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기도 한 영화는 주연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한층 흡인력을 발휘한다.
페넬로페 크루즈와 함께 스페인에서 쌍벽을 이루는 여배우인 파즈 베가는 매혹적인 외모와 강단있는 연기로 플로르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코미디 배우로 널리 알려진 애덤 샌들러의 편안한 연기도 인상적이다.12세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2005-04-21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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