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이혼클리닉] 상처한 형부와 결혼하고 싶은데…

[김영희 이혼클리닉] 상처한 형부와 결혼하고 싶은데…

입력 2004-12-01 00:00
수정 2004-12-0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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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한 41세 여성입니다.2년 전 언니가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남겨놓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엄마를 잃은 어린 조카들이 불쌍한데다 내과의사인 형부가 너무나 슬퍼해 자주 집에 들러 위로를 했습니다. 언니 대신 집안일을 보살펴주다 형부와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형부와 저는 서로 사랑하게 됐는데 언니에게 죄를 짓는 것 같고, 부모님도 펄쩍 뛸텐데…. 법적으로 결혼이 가능한지도 모르겠어요. 어쩌면 좋을까요?

-최민숙-


당신이 올려준 상담 글을 읽으며 처제와 형부 사이에 불륜을 저지르는 일이 적지 않다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었던 사실이 떠오릅니다만, 당신 경우는 다르다고 봅니다.

남녀의 사랑은 마치 교통사고와 같아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고(?)가 생길지 모르는 일입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축복을 받는 건강한 사랑이 있는가 하면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과 질타를 면치 못하는 사랑도 있습니다. 사랑에는 눈이 없는지 나이, 신분, 인간관계를 상관치 않고 찾아와 금기시된 사랑을 하고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하루 아침에 엄마를 잃은 어린 조카들을 가엾이 여겨 친엄마처럼 돌봐주고 아내를 잃고 방황하는 형부를 곁에서 위로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했는데 혈육 같은 그들의 불행을 외면할 수 없는 심정 때문이었겠지요. 남자만 셋인 가정이 엉망이었을 테니까요. 당신 역시도 4년 전 이혼했던 아픈 과거가 있기에 형부의 외로움이 더욱 마음으로 다가왔을 테지요. 어린 조카들과 형부에게는 당신의 손길이 절실하게 필요했을 겁니다. 하지만 남녀가 가까이 지내다 보면 정이 들기 마련이어서 자신도 모르게 형부를 사랑하게 되었고 형부도 당신에게서 사랑을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형부와 처제 사이다 보니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터이고 부모님께서도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어서 두 사람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심정 이해가 갑니다.

민숙씨, 많은 사람들은 항상 사랑에 목말라 합니다. 가득 채워져 있는데도 부족한 것 같아 마음이 허전하고…. 아무리 쏟아부어도 만족할 수 없고, 오르고 올라도 정복할 수 없는 것이 사랑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어렵고 힘든 사랑을 붙잡고 놓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며 사랑에 매달려 웃고, 울며 때론 지쳐 합니다. 당신의 경우 출발부터 가슴앓이를 할 수밖에 없는 애달픈 사랑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모성애적인 마음에서 출발한 사랑이었기에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당신을 비난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낯선 새엄마를 만나 마음고생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애들을 따뜻한 혈육의 정으로 돌봐주고 있지만 막상 이모를 새엄마로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 되면 애들은 충격으로 마음에 심한 갈등을 겪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민법 809조 2항에 의하면 사촌 이내의 인척은 ‘친족’의 범위에 들어 결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형부와 처제는 2촌이라 친족의 범위에 해당되므로 혼인신고를 할 수 없습니다.

설령 혼인신고를 하더라도 ‘무효’가 됩니다.1991년 이전에는 혼인신고가 가능했습니다만 1991년 1월1일 민법이 개정된 후부터 언니와 동생 사이가 2촌이듯 배우자도 동일하다는 규정이 생겨 형부와 처제를 친족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형부와 처제의 결혼은 불가능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합해서 같이 살고 싶은 게 당연한 마음이겠는데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법적인 결혼을 할 수 없습니다. 사랑만 믿고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며 또한 가야 할 길이 너무도 험난할 것입니다.

지금 두 사람은 당장 어떠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생각할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랑만 있으면 어떠한 고난도 극복해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만약에 그 사랑이 결실은 맺지 못하고 고통만을 안겨주며 점점 퇴색해져 간다면 자신에게 남는 것이 무엇일까를 심사숙고해 봐야 할 것입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2004-12-0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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