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2004] ‘아프간 女전사’ 편견을 메쳤다

[아테네 2004] ‘아프간 女전사’ 편견을 메쳤다

입력 2004-08-19 00:00
수정 2004-08-19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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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그리스) 특별취재단|“스포츠는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남자만의 것이 아니라 여자들의 것이기도 합니다.”

아테네올림픽 유도 여자 70㎏급 첫 경기가 열린 18일 오후 4시30분(이하 한국시간) 아노리오시아홀.관중들은 결승전보다 더 환호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선수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서는 순간이었다.개막식에서 아프가니스탄의 기수로 나서 큰 박수를 받은 프리바 라자예(19)는 이날 매트에 선 것 자체로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를 새로 썼으며,모든 차별을 거부하는 올림픽 이념을 구현했다.

라자예는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상대 세실리아 블랑코(스페인)의 삼각누르기에 걸리고 말았다.30초 동안 빠져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한판패를 당했다.그녀가 매트에 있었던 시간은 겨우 45초.그러나 라자예는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할 것”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라자예는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로 온몸을 가려야 하는 탈레반 집권 하에서 성장했다.암울한 환경 속에서도 홍콩의 영화배우 청룽(성룡)을 좋아할 정도로 발랄한 성격을 유지했다.

4년전 시드니올림픽 때에는 오빠와 흑백 TV를 보면서 “언젠가 나도 올림픽 무대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유도를 시작했다.여성 운동선수에 대한 지독한 편견 때문에 방이나 싸구려 극장에서 연습해야 했다.주로 남자 선수들과 훈련했지만 그녀를 ‘운동 선수’로 인정해주는 남자는 많지 않았다고 한다.

경기가 끝난 뒤 라자예는 “조금 더 버틸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지만 “다음 올림픽에서는 더 많은 아프간 여성들을 보게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그녀는 금메달보다 값진 ‘마이너리티의 신화’를 지구촌에 당당히 보여준 셈이다.

window2@seoul.co.kr
2004-08-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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