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이 노래하는 비극·절망의 풍광/연작시 ‘만인보’ 16~20권 출간

고은이 노래하는 비극·절망의 풍광/연작시 ‘만인보’ 16~20권 출간

입력 2004-01-30 00:00
수정 2004-0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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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의 연작시 ‘만인보(萬人譜)’ 16∼20권이 창비사에서 나왔다.1986년 처음 세상에 나온 ‘만인보’는 97년 15권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있던 민중의 다양한 삶의 결을 노래하면서 총체적인 역사인식을 불어넣어왔다.7년 동안 호흡을 고르며 정제해 내놓은 이번 연작시 719편이 태어난 공간은 민족사의 대전환기인 식민지·해방공간·한국전쟁 전후를 아우른다.

시인은 이 시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삶과 맞닥뜨린 죽음의 상황,전래사회가 무너진 곳에서 일어나는 상황,실존과 폐허(…),비인간화를 몰고온 전쟁 등이 비극의 풍광으로 그려진다.”

시인이 이 ‘폐허’에서 부르는 절망의 노래에는 이번에도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한다.김일성·조소앙·이승만·신익희 등 좌우익을 망라한 정치인을 비롯,임화·이중섭·선우휘 등 예술가와 남인수·현인·김정구 등 가수 등이 시인의 웅장한 서정성으로 살아난다.또 한라산을 핏빛으로 물들인 빨치산과 토벌대,창녀,장작 장수,노천 사진사 등 이름없이 그 공간을 메웠던 민초들의 절절한 사연이 역사 위로 복원된다.사람만이 아니다.1300명의 양민이 학살당한 진주 초등학교 운동장,서울 변두리 판잣집 풍경이 또 하나의 역사적 주체로 살아나 스산하던 당시의 진상을 증언한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은 해설에서 “당대의 숱한 사람들을 통해 우리 역사의 모습들을 섬세하게 직조하면서 역사의 진행을 거대한 양감으로 재구성한다.”고 상찬한다.시인은 올 하반기에 5권,내년에 5권을 더 보태 모두 30권으로 ‘만인보’라는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이종수기자

2004-01-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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