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정치가 아니다.그러나 교육행정은 다르다.지방이든 중앙이든 교육행정은 필연적으로 정치과정을 동반한다.또 해당 사회의 정치 및 그 환경과 분리될 수 없다.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가 그렇고,교육정책 결정 과정과 내용이 그러하다.특별히 선거는 소정의 절차를 거쳐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이다.그런 점에서 지방교육자치제는 교육제도인 동시에 하나의 ‘정치제도’다.
이것을 부정하는 한,교육감 ‘각서파문’을 치유할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다.각서파문으로 교육계가 그야말로 법집을 쑤셔놓은 형국이다.2년전 충청남도 교육감 선거 때의 일이라고 한다.현직 교육감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대가로 1차 투표에서 탈락한 후보에게 특정 지역의 인사권을 위임했던 모양이다.그뿐만 아니다.재정에 관한 권한도 일부 넘겨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이런 내용의 각서를 확보한 검찰이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다.
선거 담합의 결과에 대해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는 걸까.교육청 공무원 승진 시 돈이 오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교장이나 교감 역시 이런 ‘혐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학교 급식과 납품 비리 등이 근절되지 않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이런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 자라나길 기대해도 좋은 것인가.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교육감 선거제도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사람들이 많다.1차 투표에서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면,1·2위를 놓고 결선투표를 하도록 되어있는 게 현행 제도다.이런 선출절차가 후보자간의 담합이나 매수를 부추긴다는 것이다.주민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날로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일견 맞는 얘기고,진작 그렇게 했어야 했다.하지만 그걸로 충분한가?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1991년 현행 지방교육자치제도가 실시된 이후 교육감 선출방법만 모두 네 차례나 바뀌었다.제도 시행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에서였다.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결국 미봉책이었음이 드러났다.한결같이 교육(행정)의 ‘정치적 성격’을 애써 외면한 채 단행된 제도 개편이었기 때문이다.
‘교육(적)’이란 미명하에 권력의 문제를 다른 어떤 것으로 치환시켜서는 안 된다.시·도 교육에 있어 막강한 권력을 지닌 교육감을 현재와 같이 어정쩡한 방식으로 선출해서야 될 말인가.이 점은 교육위원도 마찬가지다.과거 ‘체육관 선거’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대표성이 취약한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있다.권력의 독(과)점을 막고 전횡을 견제해낼 제도적 보완이 그것이다.중앙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교육행정 시스템의 정당성이 너무 취약하다.특히 인사권과 재정운영권을 거머쥔 교육감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대한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그만큼 지방교육행정의 민주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주민감사청구제,주민청구 단체장 징계제 등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인사와 재정 그리고 정책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주민투표,주민발안,행정자문위원회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우리 자녀의 교육에 관한‘공적 토론’이 활성화하고,교육행정에 주민의 의사가 적극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선출되고 나면 표변하는 권력에 대한 견제와 ‘응징’이 필요하다.아닌 줄 알면서 교육계에 있는 사람만큼은 권력과 무관하고 또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교사·학부모·학생·교육시민운동단체 등 건강한 견제세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각서파문이 이런 깨달음을 실천으로 옮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 용 일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교육학
이것을 부정하는 한,교육감 ‘각서파문’을 치유할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다.각서파문으로 교육계가 그야말로 법집을 쑤셔놓은 형국이다.2년전 충청남도 교육감 선거 때의 일이라고 한다.현직 교육감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대가로 1차 투표에서 탈락한 후보에게 특정 지역의 인사권을 위임했던 모양이다.그뿐만 아니다.재정에 관한 권한도 일부 넘겨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이런 내용의 각서를 확보한 검찰이 수사의 고삐를 죄고 있다.
선거 담합의 결과에 대해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는 걸까.교육청 공무원 승진 시 돈이 오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교장이나 교감 역시 이런 ‘혐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학교 급식과 납품 비리 등이 근절되지 않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이런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 자라나길 기대해도 좋은 것인가.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교육감 선거제도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사람들이 많다.1차 투표에서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면,1·2위를 놓고 결선투표를 하도록 되어있는 게 현행 제도다.이런 선출절차가 후보자간의 담합이나 매수를 부추긴다는 것이다.주민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날로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일견 맞는 얘기고,진작 그렇게 했어야 했다.하지만 그걸로 충분한가?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1991년 현행 지방교육자치제도가 실시된 이후 교육감 선출방법만 모두 네 차례나 바뀌었다.제도 시행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에서였다.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결국 미봉책이었음이 드러났다.한결같이 교육(행정)의 ‘정치적 성격’을 애써 외면한 채 단행된 제도 개편이었기 때문이다.
‘교육(적)’이란 미명하에 권력의 문제를 다른 어떤 것으로 치환시켜서는 안 된다.시·도 교육에 있어 막강한 권력을 지닌 교육감을 현재와 같이 어정쩡한 방식으로 선출해서야 될 말인가.이 점은 교육위원도 마찬가지다.과거 ‘체육관 선거’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대표성이 취약한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가 있다.권력의 독(과)점을 막고 전횡을 견제해낼 제도적 보완이 그것이다.중앙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교육행정 시스템의 정당성이 너무 취약하다.특히 인사권과 재정운영권을 거머쥔 교육감의 일방통행식 행정에 대한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그만큼 지방교육행정의 민주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주민감사청구제,주민청구 단체장 징계제 등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인사와 재정 그리고 정책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주민투표,주민발안,행정자문위원회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우리 자녀의 교육에 관한‘공적 토론’이 활성화하고,교육행정에 주민의 의사가 적극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선출되고 나면 표변하는 권력에 대한 견제와 ‘응징’이 필요하다.아닌 줄 알면서 교육계에 있는 사람만큼은 권력과 무관하고 또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교사·학부모·학생·교육시민운동단체 등 건강한 견제세력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각서파문이 이런 깨달음을 실천으로 옮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 용 일 한국해양대학교 교수 교육학
2003-07-23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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