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사건기자이던 필자는 광주를 취재하지 못했다.경찰서를 출입하는 사건기자로서 피 맺힌 민중의 함성과 울부짖음이 천지에 메아리치던 광주를 취재하지 못한 아쉬움과 죄책감은 아직도 남아있다.광주에 가지 못한 이유는 기자의 출신 지역까지 선별해 보내던 데스크의 방침 때문이었다.
당시 광주에 갔던 기자들도 총격전이 벌어지던 현장을 가까이서 취재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그나마 보이는 상황을 취재해 송고했더라도 보도 되지 않으니 더 미칠 노릇이었을 것이다.현지로 파견된 한 선배와 현지주재이던 선배는 총소리가 콩볶듯 요란한 금남로의 여관에서 상자째 소주를 사두고 마시기만 했다고 한다.밖에서는 “적군이 쳐들어오고 있으니 시민들 모두 나와서 싸우자.”고 차를 타고 다니며 울부짖는 한 처녀의 비명이 울리고 그렇게 도청에 모인 항쟁지도부는 처참하게 죽어갔다.언론이 총알을 피해 만취해 있는 사이 광주 민중의 꽃들은 한송이,두송이 꺾여 떨어지고 있었다.
정부 주관의 5·18기념식이 처음 열리던 1997년까지만 해도 광주·전남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동참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지역감정을 정권유지의 도구로 악용하던 권력과 그 권력에 눌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던 언론에 의해 각인된 그릇된 시각이 남겨놓은 유산 때문이리라.그 5·18이 20주년을 맞던 2000년 5월에는 국내외 인권 운동가와 학자들이 전남대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5월 항쟁은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민주주의의 실천이었으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표방하는 광주정신은 광주를 넘어 전세계로 퍼져 나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광주선언’을 채택하기에 이른다.지역을 넘어 세계를 향한 선언이다.
2003년 5월,광주를 찾은 민주당 신·구주류의 두 지도자는 서로 자신이 5·18을 계승한 ‘적자’임을 외치며 상대방을 비방한다.한 사람은 “5·18정신에 무임승차해온 사람은 5·18정신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하고,다른 사람은 “신당은 5·18정신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정치질서를 구축해 낼 것”이라고 한다.민생은 뒷전인 채 분당으로 치닫는 여당 지도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광주에서의 모습이다.왜곡된지역감정을 뛰어넘어 용서와 화해를 바탕으로 국민통합과 통일을 이루고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때다.그것이 진정한 5·18민중항쟁의 정신일 것이다.
최홍운 수석논설위원 hwc77017@
당시 광주에 갔던 기자들도 총격전이 벌어지던 현장을 가까이서 취재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그나마 보이는 상황을 취재해 송고했더라도 보도 되지 않으니 더 미칠 노릇이었을 것이다.현지로 파견된 한 선배와 현지주재이던 선배는 총소리가 콩볶듯 요란한 금남로의 여관에서 상자째 소주를 사두고 마시기만 했다고 한다.밖에서는 “적군이 쳐들어오고 있으니 시민들 모두 나와서 싸우자.”고 차를 타고 다니며 울부짖는 한 처녀의 비명이 울리고 그렇게 도청에 모인 항쟁지도부는 처참하게 죽어갔다.언론이 총알을 피해 만취해 있는 사이 광주 민중의 꽃들은 한송이,두송이 꺾여 떨어지고 있었다.
정부 주관의 5·18기념식이 처음 열리던 1997년까지만 해도 광주·전남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동참하는 곳이 거의 없었다.지역감정을 정권유지의 도구로 악용하던 권력과 그 권력에 눌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던 언론에 의해 각인된 그릇된 시각이 남겨놓은 유산 때문이리라.그 5·18이 20주년을 맞던 2000년 5월에는 국내외 인권 운동가와 학자들이 전남대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5월 항쟁은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민주주의의 실천이었으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표방하는 광주정신은 광주를 넘어 전세계로 퍼져 나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광주선언’을 채택하기에 이른다.지역을 넘어 세계를 향한 선언이다.
2003년 5월,광주를 찾은 민주당 신·구주류의 두 지도자는 서로 자신이 5·18을 계승한 ‘적자’임을 외치며 상대방을 비방한다.한 사람은 “5·18정신에 무임승차해온 사람은 5·18정신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하고,다른 사람은 “신당은 5·18정신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정치질서를 구축해 낼 것”이라고 한다.민생은 뒷전인 채 분당으로 치닫는 여당 지도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광주에서의 모습이다.왜곡된지역감정을 뛰어넘어 용서와 화해를 바탕으로 국민통합과 통일을 이루고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때다.그것이 진정한 5·18민중항쟁의 정신일 것이다.
최홍운 수석논설위원 hwc77017@
2003-05-1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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