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조종사 특유의 ‘감각’을 동원해 식당을 운영해서인지 음식 맛과 서비스가 좋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군 장성에서 ‘뚝배기집 주인’으로 전격 변신을 꾀한 예비역장성 손정환(54)씨를 최근 만났다.소탈한 성품이 묻어나오는 환한 표정은 그가 민간인으로 ‘연착륙’에 성공했음을 느끼게 했다.
●‘인생은 도전’
공사 19기인 그는 4000시간의 전투기 비행 기록을 보유한 우리 공군의 대표적인 베테랑급 조종사였다.별을 단 뒤에는 공사 생도대장과 수원전투비행단장,정보사령부 여단장 등 군내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2000년 7월 준장으로 군문을 나왔다.
33년간의 군 생활이 워낙 길었던 때문인지 전역 이후 한동안은 말 그대로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가끔은 동기생들과 골프도 치고,모임에 참석하는 평범한 은퇴생활을 보냈다. 여유롭지는 않았지만 퇴직금에,매달 200만원 가량 받는 군인연금이 있어 꼭 식당을 낼 필요성도 없었다. 하지만 휴식기가 길어지면서 노는 것도 지겹다는 느낌과 함께 뭔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둘이나 있는 ‘현실’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개업도 운영도 ‘작전’처럼
‘식당 개업’은 군 생활때 경험한 어떤 작전보다 어려웠다. 현역시절 줄곧 몸무게 75㎏을 유지해 왔지만 이 문제로 한 달간 고민하다보니 몸무게가 8㎏나 줄었다. 우선 ‘장군이 어떻게 장사를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고,후배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겼다. 하지만 ‘인생은 도전’이라는 판단에 서울 세종문화회관 뒷편 세종빌딩 지하에 30여평 규모의 ‘소공동 뚝배기집’을 열었다.
군 동료들에게는 일절 알리지 않았다.세종로 부근을 택한 것도 이 일대가 그나마 서울에서는 군인들의 왕래가 적은 곳이었기 때문이다.그는 “대부분의 직업군인이 퇴역후 적은 연금에다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하지만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그는 새벽 6시면 부인 백미숙(51)씨와 집 근처에 있는 영등포시장에 나가 장을 본다.
하루 종일 음식을 만들고 그릇을 나르는가 하면 일손이 달릴 때는 설거지도 한다.순두부찌개나 제육볶음,낚지볶음은 물론 이 식당만의 특선 메뉴인 오징어야채도 그의 손을 거쳐야 제 맛이 날 정도다.
점심 시간에 밀려드는 손님맞이를 위해 오전 11시반 쯤부터 순두부찌개 30여 그릇을 미리 만들어 ‘예열’까지 해두는 치밀한 모습에서는 군 작전같은 분위기가 읽혀지기도 한다.
지난해 말엔 손씨의 식당 개업 소식을 전해들은 김대욱 공군참모총장이 서울지역 공군 장성 10여명을 이 식당으로 초청해 ‘삼겹살 회식’을 하기도 했다.
●현역군인에 대한 정
식당 손님들에게 그는 자신의 ‘과거’를 절대 밝히지 않는다.특별히 떠들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다 장성 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손님들을 부담스럽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인들에게 쏠리는 관심과 정만은 어쩔수 없다.휴가나온 장병이나 전·의경들에게는 음식이 더 푸짐해지고 음료수를 무료로 건네게 된다. 그는 “두 아들이 대학을 마치고 나면 식당일보다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군 장성에서 ‘뚝배기집 주인’으로 전격 변신을 꾀한 예비역장성 손정환(54)씨를 최근 만났다.소탈한 성품이 묻어나오는 환한 표정은 그가 민간인으로 ‘연착륙’에 성공했음을 느끼게 했다.
●‘인생은 도전’
공사 19기인 그는 4000시간의 전투기 비행 기록을 보유한 우리 공군의 대표적인 베테랑급 조종사였다.별을 단 뒤에는 공사 생도대장과 수원전투비행단장,정보사령부 여단장 등 군내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2000년 7월 준장으로 군문을 나왔다.
33년간의 군 생활이 워낙 길었던 때문인지 전역 이후 한동안은 말 그대로 ‘달콤한 휴식’을 취했다.가끔은 동기생들과 골프도 치고,모임에 참석하는 평범한 은퇴생활을 보냈다. 여유롭지는 않았지만 퇴직금에,매달 200만원 가량 받는 군인연금이 있어 꼭 식당을 낼 필요성도 없었다. 하지만 휴식기가 길어지면서 노는 것도 지겹다는 느낌과 함께 뭔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대학에 다니는 아들이 둘이나 있는 ‘현실’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개업도 운영도 ‘작전’처럼
‘식당 개업’은 군 생활때 경험한 어떤 작전보다 어려웠다. 현역시절 줄곧 몸무게 75㎏을 유지해 왔지만 이 문제로 한 달간 고민하다보니 몸무게가 8㎏나 줄었다. 우선 ‘장군이 어떻게 장사를 하느냐.’는 생각이 들었고,후배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겼다. 하지만 ‘인생은 도전’이라는 판단에 서울 세종문화회관 뒷편 세종빌딩 지하에 30여평 규모의 ‘소공동 뚝배기집’을 열었다.
군 동료들에게는 일절 알리지 않았다.세종로 부근을 택한 것도 이 일대가 그나마 서울에서는 군인들의 왕래가 적은 곳이었기 때문이다.그는 “대부분의 직업군인이 퇴역후 적은 연금에다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하지만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그는 새벽 6시면 부인 백미숙(51)씨와 집 근처에 있는 영등포시장에 나가 장을 본다.
하루 종일 음식을 만들고 그릇을 나르는가 하면 일손이 달릴 때는 설거지도 한다.순두부찌개나 제육볶음,낚지볶음은 물론 이 식당만의 특선 메뉴인 오징어야채도 그의 손을 거쳐야 제 맛이 날 정도다.
점심 시간에 밀려드는 손님맞이를 위해 오전 11시반 쯤부터 순두부찌개 30여 그릇을 미리 만들어 ‘예열’까지 해두는 치밀한 모습에서는 군 작전같은 분위기가 읽혀지기도 한다.
지난해 말엔 손씨의 식당 개업 소식을 전해들은 김대욱 공군참모총장이 서울지역 공군 장성 10여명을 이 식당으로 초청해 ‘삼겹살 회식’을 하기도 했다.
●현역군인에 대한 정
식당 손님들에게 그는 자신의 ‘과거’를 절대 밝히지 않는다.특별히 떠들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다 장성 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손님들을 부담스럽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인들에게 쏠리는 관심과 정만은 어쩔수 없다.휴가나온 장병이나 전·의경들에게는 음식이 더 푸짐해지고 음료수를 무료로 건네게 된다. 그는 “두 아들이 대학을 마치고 나면 식당일보다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2003-05-0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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