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한국號 재도약의 조건

[CEO 칼럼] 한국號 재도약의 조건

이희국 기자 기자
입력 2003-04-07 00:00
수정 2003-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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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후에는 모든 사업영역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할 것이다.”

전경련 모임에서 대기업의 유명 인사가 한 말이다.이 예측이 맞다면 과거처럼 한국은 다시 중국의 주변국으로 전락해 버리고 ‘동북아 중심국가를 지향한다.’는 목표는 허망한 꿈이 되고 말 것이다.늦은 감이 있지만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전 국가적으로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중국이 추격해 오고 있는 사례 하나를 현재 한국기업이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광 저장장치(CD-RW) 제조업에서 들어 보자.국내기업 소유의 중국 하이저우 공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소위 ‘영웅 라인’의 생산성은 이미 국내보다 10% 높다.업무 실적이 가장 우수한 사원만을 선발해 인센티브를 주면서 구성한 이 ‘영웅 라인’의 높은 생산성이 다른 사원에게도 자극이 되어 생산성을 크게 개선시켰다.

생산직 사원의 임금이 국내의 7분의1밖에 되지 않으므로 향후 이 사업에서 제조의 중심이 어느 나라가 될지는 자명하다.이 기업은 에어컨 사업에서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지만,룸 에어컨의 경우 지속적인 가격인하 경쟁으로 더 이상 국내 공장에서 생산할 수 없어 중국의 톈진공장으로 이전하는 실정이다.

여러 형태의 제조업에서 한국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 버렸다.시시각각 진행되는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는 일자리의 감소를 비롯해서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이런 현실에서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고,조금만 잘못하더라도 고통스러운 시련을 오랫동안 겪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잘하고 있는 분야도 아직은 많다.가령,디스플레이 산업의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는 지난해 세계 시장의 41%를 점유,1위를 차지하여 독주하고 있고 올 2·4분기에는 47%까지 올라갈 전망이라고 한다.첨단기술 사업에서 시의적절한 투자결정과 꾸준한 연구개발,그리고 지속적인 혁신의 결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이 첨단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사업에서 확실한 우위를 지키는 것이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이해하고 이 분야 사업가와 기술자들이 더 큰 역할을 수행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혁신을 실천할 사람들을 진정으로 우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현실은 이와는 반대인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의사,변호사,약사,은행원 등과 같이 내국인을 고객으로 하는 전문직 종사자의 수입은 상대적으로 높은데 반해,연구 개발을 근간으로 첨단 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산업 기술자들의 대우는 상대적으로 낮아서 인기가 없다.물론 수출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 이들 역군들에게 더 나은 대우를 할 수 없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는가.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수출이 부진해질 때 내수 지향의 사업과 서비스는 결국 위축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추격에 위축되지 말고 한국이 재도약하여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과학자와 기술자가 좋은 대우를 받고,혁신적 연구개발과 세계적 기업운영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람들이 잘 살고 존경받는 풍토를 만들어가야한다.다른 대안이 무엇이 있겠는가?

이희국 LG전자 사장
2003-04-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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