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이직 쉬운 사회

[굄돌]이직 쉬운 사회

김내언 기자 기자
입력 2003-02-24 00:00
수정 2003-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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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평소 친하게 지내는 동향 친구를 만났다.그는 이런저런 얘기 끝에 “아이들도 다 크고 해서 소일 겸 직장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한다.”는 얘기를 했다.“몇 번이나 시도해 봤지만 정말 일할 곳이 너무 없더라.”는 체험담과 함께.

최근 미국의 경제주간지인 포브스가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다른 선진국보다 높다.’고 보도해 작은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다.‘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하기가 쉬운가,어려운가.’가 노동시장 유연성의 중요 평가기준이었다니,노동자이거나 잠재적 노동자일 수밖에 없는 우리 입장에서는 결코 유쾌한 소식이 아니었다.노동자들 입장에서는 고용기회가 얼마나 많은가,혹은 이직이 얼마나 쉬운가가 주된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우리사회가 포브스의 평가대로 해고가 쉬운 만큼 이직도 쉬운 사회일까가 새삼 궁금했다.최근 들어 주변에서는 직장을 잃은 40∼50대며,정규직 근로자보다 많다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아주 간혹,성공적인 이직과 창업 체험담 같은 ‘신화’도함께 묻어서.

그런가 하면 요즘 일본에서는 실직자들에게 책상과 개인용 컴퓨터를 갖춘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실업자 컴퍼니’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자신의 사무공간에서 다양한 이직정보를 얻으며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공동으로 취업을 도모할 수 있어,유료임에도 찾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단다.새로운 고용환경에 맞춘 새로운 창업 사례쯤 되는 경우다.

그날,나는 친구에게 “어떤 직장을 원하느냐.”고 물었다.그는 대뜸 “당연히 일은 조금하고,돈 많이 주는 곳이 최고 아니겠느냐.”고 말해 한참을 같이 웃었다.그 순진한 농담에서 “어떤 일이라도 좋다.”는 절박함이 느껴졌다면 지나친 추측일까.

최근들어 ‘해고가 쉬운 사회’보다 ‘이직이 쉬운 사회’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용환경이 바뀌어 언제라도 직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일할 권리’가 새삼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즘이다.

김 내 언

소설가
2003-02-2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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