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아르바이트 백태를 보면서 우리시대의 현주소를 읽는다.예전에는 중·고교생을 개인이나 집단으로 가르치는 과외가 고작이었는데,이제 아르바이트도 세계화 추세에 발맞추고 있는 모양인가.‘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를 맞고있는 것처럼 보인다.일용 잡역부는 이미 흘러간 옛노래고,술집에서 손님들 담배 심부름에서부터 광고 메일 보내기,말 오줌 채취에 이르기까지 천태만상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마루타 알바’.예전에도 ‘피 뽑아 술 사먹는’ 객기를 부린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몸을 담보로 하지는 않았었다.재치를 넘어 끔찍하다는 느낌마저 드는 작명이 아닐 수 없다.2차 세계대전 때 극동에 위치한 일본 731부대에서 생체실험용으로 쓴 살아있는 사람을 일컫는 마루타(통나무)에 아르바이트의 줄임말인 ‘알바’를 붙인 조어(造語)다.작가 정현웅이 쓴 5권의 장편 소설 마루타를 읽으면서 분노와 두려움으로 밤새 치를 떨었던 기억이 새롭다.‘인간이 이토록 잔인해질 수 있다는 말인가.’
새로운 영역인 마루타 알바는 학생들이 제약회사나 병원의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실험에 참여해 돈을 버는 아르바이트를 지칭한다.과외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성역이나 금기가 무너지고 있는 아르바이트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다.몸을 밑천으로 삼고있는 만큼 받는 금액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 같다.서울 강남 한 병원에서 실시한 소화제 임상실험에 참여한 한 대학생의 경우 소화제를 먹은 뒤 혈액을 한번 뽑아주는 것만으로 40만원을 벌었다고 한다.혈압·비만·당뇨를 치료하기 위한 신약 임상실험도 간혹 있다는 귀띔이다.특히 최근 젊은여성들을 중심으로 ‘살빼기 전쟁’이 벌어지면서 비만 임상실험이 크게 인기라고 한다.잠으로 살을 빼는 수면 임상실험에서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18시간을 자고나면 200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좋고 궁하기로서니 젊은이들이 이래도 되는가 싶다.또 돈을 미끼로 젊은이들을 유혹하는 처사 역시 다시 한번 따져볼 일이다.한번 잃은 건강을 다시 되찾기 어렵다.건강을 해치면 인생의 희망도 함께 잃게된다.백번 양보해도 마루타 알바는 알바가 아니다.
양승현
yangbak@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마루타 알바’.예전에도 ‘피 뽑아 술 사먹는’ 객기를 부린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몸을 담보로 하지는 않았었다.재치를 넘어 끔찍하다는 느낌마저 드는 작명이 아닐 수 없다.2차 세계대전 때 극동에 위치한 일본 731부대에서 생체실험용으로 쓴 살아있는 사람을 일컫는 마루타(통나무)에 아르바이트의 줄임말인 ‘알바’를 붙인 조어(造語)다.작가 정현웅이 쓴 5권의 장편 소설 마루타를 읽으면서 분노와 두려움으로 밤새 치를 떨었던 기억이 새롭다.‘인간이 이토록 잔인해질 수 있다는 말인가.’
새로운 영역인 마루타 알바는 학생들이 제약회사나 병원의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실험에 참여해 돈을 버는 아르바이트를 지칭한다.과외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성역이나 금기가 무너지고 있는 아르바이트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다.몸을 밑천으로 삼고있는 만큼 받는 금액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 같다.서울 강남 한 병원에서 실시한 소화제 임상실험에 참여한 한 대학생의 경우 소화제를 먹은 뒤 혈액을 한번 뽑아주는 것만으로 40만원을 벌었다고 한다.혈압·비만·당뇨를 치료하기 위한 신약 임상실험도 간혹 있다는 귀띔이다.특히 최근 젊은여성들을 중심으로 ‘살빼기 전쟁’이 벌어지면서 비만 임상실험이 크게 인기라고 한다.잠으로 살을 빼는 수면 임상실험에서는 아무 것도 먹지 않고 18시간을 자고나면 200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좋고 궁하기로서니 젊은이들이 이래도 되는가 싶다.또 돈을 미끼로 젊은이들을 유혹하는 처사 역시 다시 한번 따져볼 일이다.한번 잃은 건강을 다시 되찾기 어렵다.건강을 해치면 인생의 희망도 함께 잃게된다.백번 양보해도 마루타 알바는 알바가 아니다.
양승현
yangbak@
2003-01-2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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