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전쟁비용 계산의 허실

[열린세상]전쟁비용 계산의 허실

이성형 기자 기자
입력 2003-01-08 00:00
수정 2003-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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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은 임박했지만,이상하게도 이 전쟁이 미칠 중장기적 영향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다.우리 언론은 물론 미국 언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모두 낙관론의 포로가 된 탓이리라.백악관은 낙관적인 전격전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공중전으로 주요 시설을 모두 파괴한 다음 지상군 15만∼35만명을 파견해 전투를 수행한다.전쟁은 짧게는 한 달,길게는 두 달 정도에 끝나고,75일간 점령 상태를 유지한다.이런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기초해 전비를 계산한 의회의 두 연구는 대체로 400억∼600억 달러로 추산한다.

그러나 학계 인사들은 전격전 시나리오의 낙관론을 의심한다.최근에 미국 학술원의 국제안보연구회가 12월 초순에 출간한 책 ‘이라크 전쟁:비용,결과,대안’은 전쟁의 중장기적 효과에 대해 밝지 않은 전망을 내놓았다.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스티븐 밀러는 부시의 ‘전쟁 도박’이 남길 중장기적 효과를 전망한다.

중동지역의 불안은 폭발적인 수준에 달한다.화생방 전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이슬람 테러리스트의 공격은 더욱 거세어진다.세계적 차원의경제 불황이 도래한다.더욱 흥미로운 것은 전쟁 비용 계산을 다룬 예일대 석좌교수인 윌리엄 노드하우스의 주장이다.

그는 카터 행정부 시절 경제보좌관을 지냈고,폴 사무엘슨과 함께 쓴 ‘경제학’ 교과서로도 유명하다.그는 100억 달러로 베트남 전쟁이 끝난다는 주장이,실제로는 1100억∼1500억 달러로 증가한 씁쓸한 추억을 되살린다.게다가 이번 전쟁은 지난 걸프 전쟁과 달리 ‘치고 빠져 나오는’ 전쟁이 아니다.사담 후세인을 쫓아내고 이라크에 민주 질서를 수립하고 지역 전체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전쟁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전격전이란 낙관적 시나리오가 조금만 흔들려도 전비는 금방 2∼3배 증액된다.노드하우스가 인용한 필립 고든과 마이클 오핸런은 이렇게 주장한다.이라크 주변국들까지 흔들 시아파·수니파·쿠르드족 사이의 장기적 갈등 위험을 억제하고,안정적인 정부와 질서를 유지하려면,미국은 광범위한 차원에서 국제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이 경우 수만 명의 미군이 수년간 점령군으로 남아 있어야 하고,연간 100억 달러의 비용을 지출해야만 한다.노드하우스에 따르면,전쟁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최소한 5년,최대한 20년의 점령이 지속될 수 있다.따라서 점령비용도 최소 500억∼750억 달러에서 최대 5000억 달러까지 증액될 것이다.

재건비용과 난민 구제비용도 만만찮다.아이티·보스니아·아프가니스탄의 경험을 바탕으로 10년간 비용을 계산하면 재건 사업은 300억 달러에서 1050억달러가 소요된다.100만∼500만명의 난민이 발생한다면 구제사업도 10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가 들어간다.그러나 현재 백악관 계획에는 재건과 구제비용이 빠져 있다.만약 미국이 압도적인 국제적 지지가 없이,유엔의 결의 없이 개전한다면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해야 하는 어려움에 빠진다.거시경제의 어려움도 예상된다.

전쟁이 장기화되고,유정이 파괴되며,화생방 전쟁으로 인한 오염이 일어난다고 생각해 보자.브루킹스 연구소의 조지 페리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유가는 32∼75달러 정도로 상승할 것이고,최악의 경우 161달러까지 상승한다고 한다.노드하우스는 내년 유가가 75달러로 상승하면,매년 25%씩 하락한다고 가정해도 현 유가 수준인 25달러로 떨어지는 데는 10년이 소요된다고 한다.그렇다면 미국민들의 실질국민소득 하락분이 자그마치 7780억달러나 된다고 한다.

노드하우스는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작동할 경우 10년간 비용이 1000억 달러로 메워지겠지만,최악의 시나리오가 작동한다면 그 비용은 근 2조 달러에 이를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우리 기업과 당국자들도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가 우리에게 미칠 파장을 면밀히 계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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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 형
2003-01-0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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