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드라이브]’해리포터’에 밀린 ‘피아니스트’

[시네 드라이브]’해리포터’에 밀린 ‘피아니스트’

황수정 기자 기자
입력 2002-11-27 00:00
수정 2002-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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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앞둔 세계적 화제작 ‘반지의 제왕-두개의 탑’과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이 막강물량 공세로 으름장을 놓고 있는 이즈음.긴 한숨이 절로 터지는 데가 있다.주로 외화를 취급하는 중소 배급사나 이를 홍보하는 마케팅업체들이다.대작들의 흥행경쟁에 스크린을 못 잡아 개봉을 멀게는 두세달 뒤로 연기해야 하기 때문이다.속앓이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추후에 홍보 프로그램을 완전히 재가동하는 손실부담을 꼼짝없이 감당해야 하는 것.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혔던 미하일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가 대표적인 사례다.당초 29일로 예정된 개봉일이 막판에 내년 2월로 연기됐다.충격적 성묘사에 혹해(?) 스크린을 내주기로 약속했던 극장주들이 국내외 흥행작 행렬에 마음을 바꿔버린 것.서울시내 1개 스크린 밖에잡지 못하자 수입·배급사 MFI는 울며 겨자먹기로 개봉을 석달여 뒤로 미뤘다.지금까지 들인 마케팅 비용은 줄잡아 7000만원.홍보를 맡은 래핑보아의강은경 실장은 “각종 인쇄매체 광고,거리 벽보,동영상물 등에 들어간 비용이 물거품이 되고만 셈”이라면서 “영화의 수입가는 30만달러짜리 중저가인데,나중에 수천만원의 마케팅 비용을 새로 들여 홍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안타까워 했다.시네마서비스 CJ엔터테인먼트 등 메이저 배급사들의 배급라인을 못 탄 작은(그러나 독특한 작품성을 인정받은)영화들이 이같은 신세로 전락하는 사례는 줄줄이다.MFI가 배급한 ‘좋은 걸 어떡해’는 개봉을 미루다 지난 22일 간신히 간판을 올렸으나,서울 브로드웨이 단관개봉에 그쳤다.지난해 ‘아멜리에’로 인기몰이를 했던 오드리 토투 주연의 영화에 당초극장가의 기대는 적지 않았다.‘메멘토’를 연상케 하는 심리드라마 ‘도니다코’도 사정은 마찬가지.지난 22일 서울 한개 극장에 걸리는 걸로 만족했다.극장가 배급시장의 ‘빈익빈 부익부’생리야 새삼 새로울 것도 없다.하지만 생각없이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기도 하는 법.“쌈짓돈 털어 어렵게 영화를 발굴해오는 작은 업체들은 점점 발붙일 땅이 없어진다.이 역시 영화의 ‘종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를 불러올 문제 아닌가?” 한 배급사 대표의 탄식을 귓등으로 들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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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정기자 sjh@

2002-11-27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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