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감사청구제 신설 재고를

[시론] 감사청구제 신설 재고를

김종철 기자 기자
입력 2002-11-15 00:00
수정 2002-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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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개혁특별소위원회가 지난 12일의 국회관계법 개정소위에서 국회가 국정의 특정사안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사실상 ‘명령’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국회법에 본회의 또는 위원회가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하면 감사원은 청구된 사안에 대해 감사를 시행하여야 하고 그 결과를 3개월 안에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을 삽입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헌법적으로나 정책론적으로나 비판의 여지가 많다.

첫째,국회의 감사청구제는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으로 된 현행 헌법체제하에서 권력분립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헌법상 행정권의 일부로 수권된 감사권한을 국회가 하위규범인 법률에 근거해 명령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의회주의의 원칙에 따를 때 국회가 감사청구권을 보유하는 것까지는 권력분립원칙의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그러나 감사원에 심사대상 및 시기선정의 자율권을 보장하지 않는 감사청구제도는 감사‘명령’제도인 것이다.우리와 달리 의회에 감사기관을 둔 영국에서도 심사대상과 시기의 선정은 감사기관의 자율에 맡김으로써 감사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둘째,감사원의 감사권은 재정통제를 목적으로 하는 회계검사에 그치지 않고,행정기관과 공무원의 비위적발까지 포함하는 직무감찰기능까지 가지고 있다.그런데 국회가 감사청구제를 통해 회계검사기능은 물론 사정작용(司正作用)의 본질을 가진 비위규찰적 직무감찰까지 감사원에 ‘명령’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저촉될 위험성이 충분하다.

셋째,감사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강제하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감사권의 직무상 독립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행정부의 재정집행 작용에 대한 통제의 기능을 가진 회계검사권을 관장하는 최고 감사기관은 헌법상 혹은 법률상 독립성을 확보하게 하는 것이 입헌민주국가의 일반적인 원칙이다.예산편성권은 행정부에 두면서 예산의 심의 및 확정권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부여하는 한편 예산안에 따른 집행의 적절성과 합법성을 심사하는 회계검사권은 국회나 행정부로부터 독립한 기관이 자율적으로 직무를 수행토록 하는 것이재정민주주의 원칙상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부합한다.

마지막으로 설령 감사청구제도가 헌법원칙에 어긋나지 아니한다고 하더라도 밀실에서 예산심의를 주저하지 않고,지역구나 이익집단의 압력에 의해 예산집행에 대한 통제권을 오·남용하기를 마다않는 국회에 감사 ‘명령’권을 부여하는 것은 잘못이다.감사의 사각지대를 오히려 확대,국정통제를 통한 민주주의의 실현에 역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의 산적한 현안 가운데 국민대표기관의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시급한 선거개혁이나 정치자금 관련법의 개혁은 뒤로 미뤄두고 국회가 국정통제권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최고감사기관을 자신들의 하부기관으로 삼으려는 일에 발벗고 나선데 대해 국민의 지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감사행정의 구현을 통해 이 나라의 민주주의의 실현에 기여하고자 한다면 감사원을 수족화하려는 노력보다는 감사원의 독립성을 더욱 확고하게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현행 감사제도에서 정작 필요한 것은 대통령이 인사권 등을 통해 사실상 감사원의 직무상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봉쇄하고 감사원의 조직·인사·예산편성상의 독립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사원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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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한양대 법과대교수
2002-11-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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