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산책] 한국배우와 할리우드 진출

[충무로 산책] 한국배우와 할리우드 진출

김소연 기자 기자
입력 2002-09-25 00:00
수정 2002-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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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할리우드에서 열린 새 영화 ‘턱시도’의 시사회장 풍경은, “성룡이 인기가 있어 봤자 얼마나 있겠어.”라고 생각한 기자의 허를 찔렀다.극장 앞에서 “재키 찬”을 외치며 환호하는 수백명의 인파를 보며 그의 성공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만난 한 미국인 꼬마에게 “재키 찬이 미국에서 유명하니?”라고 물었더니 “물론”이라고 대답했다.이유는 정말 웃긴다는 것.역시 홍콩 출신인 오우삼 감독이나 배우 주윤발도 잘 안다고 했다.

홍콩영화의 미국 상륙은,1997년 홍콩의 중국 귀속을 앞두고 유명 배우들과 감독들이 앞다퉈 할리우드로 진출하면서 시작됐다.하지만 80년 성룡 주연의‘캐논볼’‘프로텍터’,93년 오우삼 감독의 ‘하드 타깃’등 초기에는 대부분 쓴잔을 맛봤다.

그러다 96년 오우삼의 ‘브로큰 애로우’,성룡의 ‘홍번구’가 박스오피스를 강타하면서 홍콩영화는 할리우드의 새 돌파구로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할리우드에서 아시아 배우는 한동안 ‘양념’이었다.성룡만 해도 ‘러시 아워’에서는 떠벌이 흑인의 도움을받고,‘상하이 눈’에서는 청나라에서 온 이방인이었다.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첫 출연한 한국인이라고 호들갑을 떤 릭 윤도 마찬가지로 조연급이었다.

그래서 영화의 한 부분으로 필요한 동양인이 아니라,바로 그 동양인을 위한 영화의 주인공이 된 성룡의 모습을 보는 것은 뿌듯하다.

그렇다면 왜 한국 영화인들은 할리우드에 진출하지 못할까.암울한 미래에서 탈출하고자 할리우드를 선택한 홍콩영화에 비한다면,여전히 자국 영화시장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해서일까.하지만 국내 시장만 믿고 영화를 쏟아낸 지금,몇몇 블록버스터를 시작으로 붕괴의 조짐이 나타난다.이제는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

국내 배우 가운데서도 박중훈이‘양들의 침묵’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조너선 드미 감독의 ‘찰리의 진실’에서 비중있는 조연으로 발탁된 적이 있다.이를 발판으로 한국 배우나 감독도 할리우드에서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김소연기자 purple@
2002-09-2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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