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얼마나 많은 장식을 ‘참아낼’수 있을까.인간에겐 얼마만큼의 디자인이 필요한 걸까.
역사를 되짚는 작업에 동원하는 소재는 무궁하다.최근엔 평범하디 평범한 일상소품을 통해 인류문화사를 투영하는 책들이 줄기차게 소개돼 왔다.출판계의 세계적 흐름이다.
‘클라시커 50-디자인’(장혜경 옮김/해냄 펴냄)도 얼핏 그 대열에 줄서는 듯하다.‘클라시커’(Klassiker)란 최고의 예술가·대가·명작을 일컫는 독일어.책에는 ‘디자인 명품으로 보는 문화사’란 부제가 달려도 좋을 법하다.그러나 흔히 봐온 생활문화사 서적류와는 차별점이 몇 있다.
무엇보다 재미있다.20세기를 풍미한 ‘디자인 명품’들의 시대적 탄생배경과 소소한 뒷이야기까지,책은 담론과 사론(私論)을 균형있게 풀어놓는다.하나 더.디자인 명품의 생활사적 가치를 따지다 보면 어느 결에 미적 감식안이 따라 커지는 듯,행복한 착각에도 빠진다.
‘디자인에도 명품이 있다.’무슨 광고카피 같다.하지만 책의 의도를 제대로 간파하려면 이를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책에 등장하는 명품 50가지는‘값’이 아니라 ‘미적 가치’로 가늠된 것들이다.20세기 생활명품을 대변하는 트렌치코트 ‘버버리’부터.1879년 직물공 출신의 영국인 토머스 버버리가 고향 웨스트서식스 주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디자인을 착안했다.버버리에 얽힌 유명한 일화도 빠질 수 없다.1911년 남극탐험에 성공한 노르웨이 탐험가 아문센은 “충직하고 훌륭한 친구”라고 버버리를 극찬했단다.대서양을 최초로 횡단한 순간 존 윌리엄 올콕 경도 버버리를 걸치고 있었다.
20세기를 넘어 오늘날까지 여성들의 ‘필수 명품’으로 사랑받는 향수 ‘샤넬 No.5’.1921년 향수사에 큰 획을 긋기까지의 이야기는 소설만큼이나 흥미롭다.20세기 초 단순하고 날씬한 실루엣으로 여성의상 혁신을 주도한 디자이너 코코 샤넬의 작품이란 건 잘 알려진 사실.샤넬의 탄생배경은 ‘개인사가 모여 역사가 되는’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다.합성향료와 천연향료를 섞은 최초의 향수가 탄생한 속사정에는 코코 샤넬의 실연의 상처도 한몫했다.
생활명품 중에는 한데 엮이지 못할 듯한 ‘미’(美)와 ‘편리’가 어우러진 것들도 많다.쿠션 없이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의 의자 ‘프라이슈빙거 MR20’,커뮤니케이션 습관을 바꿔놓은 ‘소니 워크맨’,탐나는 수집품이 된 시계‘스와치’….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어디에 있든,주위를 한번 둘러볼 일이다.새삼 놀라울 거다.디자인 아닌 게 어디 있는지! 한뼘 공간의 여백이 아쉬운 21세기 사람들.숱한 명분을 달고 태어나는 ‘디자인’들에게 제대로 알고 자리를 내줘야 하지 않겠나.독일인 글쓴이 크리스티네 지베르스와 니콜라우스 슈뢰더는 방송국 프리랜서 작가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로 일하고 있다.1만5000원.
황수정기자 sjh@
역사를 되짚는 작업에 동원하는 소재는 무궁하다.최근엔 평범하디 평범한 일상소품을 통해 인류문화사를 투영하는 책들이 줄기차게 소개돼 왔다.출판계의 세계적 흐름이다.
‘클라시커 50-디자인’(장혜경 옮김/해냄 펴냄)도 얼핏 그 대열에 줄서는 듯하다.‘클라시커’(Klassiker)란 최고의 예술가·대가·명작을 일컫는 독일어.책에는 ‘디자인 명품으로 보는 문화사’란 부제가 달려도 좋을 법하다.그러나 흔히 봐온 생활문화사 서적류와는 차별점이 몇 있다.
무엇보다 재미있다.20세기를 풍미한 ‘디자인 명품’들의 시대적 탄생배경과 소소한 뒷이야기까지,책은 담론과 사론(私論)을 균형있게 풀어놓는다.하나 더.디자인 명품의 생활사적 가치를 따지다 보면 어느 결에 미적 감식안이 따라 커지는 듯,행복한 착각에도 빠진다.
‘디자인에도 명품이 있다.’무슨 광고카피 같다.하지만 책의 의도를 제대로 간파하려면 이를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책에 등장하는 명품 50가지는‘값’이 아니라 ‘미적 가치’로 가늠된 것들이다.20세기 생활명품을 대변하는 트렌치코트 ‘버버리’부터.1879년 직물공 출신의 영국인 토머스 버버리가 고향 웨스트서식스 주의 변덕스러운 날씨에 디자인을 착안했다.버버리에 얽힌 유명한 일화도 빠질 수 없다.1911년 남극탐험에 성공한 노르웨이 탐험가 아문센은 “충직하고 훌륭한 친구”라고 버버리를 극찬했단다.대서양을 최초로 횡단한 순간 존 윌리엄 올콕 경도 버버리를 걸치고 있었다.
20세기를 넘어 오늘날까지 여성들의 ‘필수 명품’으로 사랑받는 향수 ‘샤넬 No.5’.1921년 향수사에 큰 획을 긋기까지의 이야기는 소설만큼이나 흥미롭다.20세기 초 단순하고 날씬한 실루엣으로 여성의상 혁신을 주도한 디자이너 코코 샤넬의 작품이란 건 잘 알려진 사실.샤넬의 탄생배경은 ‘개인사가 모여 역사가 되는’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다.합성향료와 천연향료를 섞은 최초의 향수가 탄생한 속사정에는 코코 샤넬의 실연의 상처도 한몫했다.
생활명품 중에는 한데 엮이지 못할 듯한 ‘미’(美)와 ‘편리’가 어우러진 것들도 많다.쿠션 없이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의 의자 ‘프라이슈빙거 MR20’,커뮤니케이션 습관을 바꿔놓은 ‘소니 워크맨’,탐나는 수집품이 된 시계‘스와치’….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어디에 있든,주위를 한번 둘러볼 일이다.새삼 놀라울 거다.디자인 아닌 게 어디 있는지! 한뼘 공간의 여백이 아쉬운 21세기 사람들.숱한 명분을 달고 태어나는 ‘디자인’들에게 제대로 알고 자리를 내줘야 하지 않겠나.독일인 글쓴이 크리스티네 지베르스와 니콜라우스 슈뢰더는 방송국 프리랜서 작가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로 일하고 있다.1만5000원.
황수정기자 sjh@
2002-09-2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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