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문화부와 문화공간

[오늘의 눈] 문화부와 문화공간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2002-07-06 00:00
수정 2002-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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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문화부 기자라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겠지만,요즘은 가히 ‘문화의 시대’를 넘어 ‘문화의 횡포’시대인 것 같다.특히 광화문에 모여 있는 공직자들에게 이른바 문화계 인사들은 ‘눈엣가시’같은 존재로 비칠 것이다.

며칠전에도 한 문화 관련 시민단체가 신경을 건드렸다.‘붉은악마’의 거리응원 열기를 재빠르게 자신들의 ‘꿈’과 연결시켜,광화문에 모여 있는 정부 건물은 모조리 헐어버리고 시민들이 모이는 광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심지어 경복궁 너머에 있는 청와대도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상상의 나래’를 폈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아무리 문화계 인사들이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 모여 “광화문을 문화의 거리로 만들자.”고 외친들 정부중앙청사 안에서는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더구나 경복궁 너머에선 웅웅거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중앙청사가 아무리 위압적이고,새로 짓는 별관 또한 그 축소판이라고 해도 문화계 인사들의 주장은 무리한 것인지도 모른다.진정한 문화적 공간이되려면 역사성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그런 점에서 조선시대 육조거리로 위세를 누린 광화문 일대에 정부청사들이 줄지어 있는 것은 하등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앙청사에 들어 있는 국무총리실이나 외교통상부·통일부·행정자치부 등이 적당한 이유를 들어 광화문을 고수하겠다고 한다면 수긍할 용의가 없는 것도 아니다.그러나 같은 주장을 길 건너편에 있는 문화관광부가 펴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문화부가 광화문에서 지척인 북촌 일대를 문화지대로 가꾼다며 경복궁 동쪽 기무사 부지를 탐낸 것이 오래된 일도 아니다.기무사가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느냐는 비판과는 또 다른 문제로,정부 내부의 시각에서 보면 문화부가 번듯한 자기 땅은 놔두고 다른 기관의 땅을 넘보는 꼴에 다름 아니었다.

문화부가 문화공간을 마련할 공간이 없어 고심한다면 제 청사부터 되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기무사 부지에 만들고자 했던 국립현대미술관 분관도 좋고,시민단체 주장처럼 시민광장도 좋다.국민 모두에게 사랑받을 새로운 문화공간을,제 자리를 양보해 만들어 낸다면 이보다 훌륭한 문화정책이 어디 있을까.

서동철 문화팀 차장dcsuh@
2002-07-0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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