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대북특사에 대한 ‘현실적 기대’

[대한광장] 대북특사에 대한 ‘현실적 기대’

박재규 기자 기자
입력 2002-04-01 00:00
수정 2002-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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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특사 파견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다.‘뒷거래’ ‘신북풍설’이라는 의혹의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관계 개선의 ‘돌파구’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있다.또한 언론에서는 연일특사 파견으로 남북간의 모든 현안이 다 논의되고,합의를이룰 수 있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아마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가 소강과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이러한 의혹과 기대 그리고 추측이 난무한 것이 아닌지? 국민들로서는 혼란스러울 뿐이다.불과 두달 전 미국 대통령이 ‘악의 축’ 발언을 했을 때는 마치한반도에 당장이라도 전쟁 분위기가 조성될 것처럼 야단이더니,특사 파견이 발표되자 북·미 간의 긴장이 사라지고,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하니 말이다.

원래 대통령 특사란 대통령의 친서나 대통령이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다.말하자면 특사의 기본 임무는 대통령의 뜻을 대신해서 전달하는사람이지,전달받는 사람과 협상을 하러 가는 사람이 아니다.임동원 특보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벤트성 깜짝쇼”는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다.

최근 한반도 상황은 대화의 기류와 긴장의 기류가 교차하는 가운데 긴장이 고조되는 형국이다.2000년 남북 정상회담성사로 구축된 남북간의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는 유지되고있지만, 미국의 정권 교체로 이러한 분위기가 다소 주춤하는 상황이다.이것은 남북관계를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하기도 하지만,위기는 곧 기회라고 하지 않는가.특사 파견으로북·미 관계 개선을 바라는 우리의 입장을 직접 전달할 수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북한 역시 남측 특사의 평양방문을 발표하면서 “민족 앞에 닥쳐온 엄중한 사태”에 관해 협의한다고 했다.엄중한사태란 다름 아닌 최근 부시 정부의 대북 공세를 말한다.북한으로서도 미국의 공세적 대북 정책에 대해 맹비난의 자세를 늦추지 않고 있지만,내심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그리고언제까지 대화를 거부하고 대결 국면만을 확대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그렇다고 미국의 요구에 쉽게 응할 수도 없는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점에서 특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북한에 정확하게 전달하고,북·미 관계개선이 한반도의 평화유지에 중요하다는 것을 북한에 주지시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주 유엔 북한 대표인 박길연 대사와 미국의잭 프리처드 대북 특사간에 대화가 시작됐다고 한다.또한북·일 간에도 대화 재개를 위한 예비접촉이 시작됐다.즉특사는 바로 이러한 대화 국면에 우리 정부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수행해 나가는 데 역점이 두어질 것이고,두어져야 한다.

이미 밝혔듯이 특사가 새로운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아님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기왕 남북간에 합의한 6·15공동선언과 장관급 회담 합의사항들을 이행하는 데 역점을두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연초에 정부가 제시한 경의선 연결,개성공단,이산가족 상봉,군사적 신뢰구축,금강산 육로관광 등 5대 과제 속에 이러한 내용들이 집약돼 있다.

그렇다면 특사에게 대화의 여지가 주어진다면 이러한 사항의 이행 문제를 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이중에서도 우리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제 4차 이산가족 상봉만은 합의를볼 수 있어야 한다.물론 다른 합의 사항이 나온다면 좋겠지만 목표를 작게 해야 성과도 좋은 법이다.

이제 곧 본격적인 농사철이 다가온다.따라서 대북 비료 및식량 지원은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시의적절하게 이뤄져야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북측의 상응하는 조치도 있어야 하겠다.그러나 그러한 조치에 대해 너무 크게 기대해서는 안 된다.특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분단 반세기를 당장에라도 뛰어 넘고 싶겠지만, 특사에게너무 무리한 짐을 지워서는 안된다.

박재규 경남대 북한대학원장 전 통일부장관
2002-04-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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