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일가의 투쟁 수난기

독립운동 일가의 투쟁 수난기

신연숙 기자 기자
입력 2002-03-01 00:00
수정 2002-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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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이 풀린뒤(오기영 지음/성균관대 출판부 펴냄).

“우리는 당대 뿐이 아니라 길이 자손에게까지 이 피묻은기록을 전할 필요가 있습니다.이것으로써 우리의 자손이그들의 자유를 영원히 지켜나가는 노력의 본보기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3.1절 여든세 돌의 날,한 독립운동가 집안의 뜨거운 해방투쟁의 역정을 생생히 기록한 수기가 햇빛을 보게 되었다.

일제하 동아일보 기자 등으로 활동한 동전 오기영이 1948년 성각사를 통해 발간한 ‘사슬이 풀린 뒤’(성균관대학교 출판부,9500원)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초판이 발견돼재출간된 것이다.

오기영은 해방후 좌우사상 대립에서 철저하게 민족통합의중도노선을 고수한 자유주의 지식인으로 평가된다.그는 일제 강점기에 네 차례에 걸쳐 철창에 갇혔고 미국에 본부를 둔 흥사단의 국내 활동 조직인 수양동우회 회원으로 도산 안창호선생이 숨질 때까지 그 옆을 지켰다.하지만 공산주의자였던 형과 매부의 혁명 정신을 진정 이해하였고 치과의사였던 아내와 함께 위험을 무릅쓰고 혁명운동을 도왔던 독립된 지성이었다.

‘사슬이 풀린 뒤’는 3.1만세운동을 주도해 감옥에 간 아버지를 비롯해 일찌기 중국에서 공산당원이 돼 국내에서검거된 다섯살 위의 형,막내 누이와 매제,아우까지 한가족 모두가 독립투쟁에 가담해 겪게 되는 고통과 수난의 험준한 행로를 기록한다.오기영은 해방된 이튿날 옥에서 풀려난 아우와 조카를 맞고 그 1주일 뒤 죽은 친형의 7주기일을 맞아 앞서간 이들을 추모하며 걷잡을 수 없는 눈물로써 이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고 서문에서 밝힌다.

수기는 83년 전의 만세함성과 함께 시작된다.1919년3월30일 황해도 배천읍에서 장날 만세시위가 일어나고 주모자의 한사람이었던 아버지가 포승줄에 묶여서 해주 감옥으로이송되는 광경을 지켜보던 저자는 열 한 살의 어린 소년이었다.이후 소년은 만세를 부르면 감옥에 가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학교에서 만세를 부르다 유치장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아우에게 ‘선수’를 빼앗긴 형은서둘러 만세운동을 조직하다 발각돼 끌려가는 등 파란만장한 가족사가 시작된다.

언론인답게 치밀하고 현장감 넘치는 필치가 독자들에게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울분을 생생하게 전달한다.오기영은“해방은 왔지만 인민에겐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 해방후 정국을 비판하며 뒷날 정말 해방이 오거든 또한번 ‘사슬이 풀린뒤’를 쓰겠다고 다짐한다.그러나 49년 월북한 그는 끝내 이꿈을 실현하지 못했다.

그는 1962년 북한 과학원 ‘연구사’란 직함 이후 공식기록에서 사라졌으며 남한에는 딸 둘과 두번째 부인이 살고있다.

이번 책은 해방후 3년간 쓴 사회시평을 모은 ‘진짜무궁화-해방 경성의 풍자와 기개’(원제 ‘삼면불’,1만2000원)과 함께 출간되었다.

신연숙기자 yshin@
2002-03-0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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