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처음과 끝

[건강칼럼] 처음과 끝

곽재영 기자 기자
입력 2001-09-24 00:00
수정 2001-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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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여행을 하면 그 시작 즈음의흥분이나 끝난 후의 여운을 내 마음대로 누구의 방해없이즐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사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것은자주 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나는 자주 접하는 일에 대해서는 애정이 많이 줄어드는 것을 종종 느끼곤 한다.

어느 일에나 시작과 끝이 있을 것이다.여기에서 모호하게말한 이유는 혹시 그렇지 않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치료하는 사람들은 항상 처음 치료받을 때와 끝을 맺을 때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그분위기는 좋은 쪽으로 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틀니의 예를 한번 들어보자.처음 틀니를 하러 오는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다 씹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마냥 기뻐하고틀니가 입에 장착되는 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그것으로 젊은 시절의 반도 못돼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불만과 불신을 토로한다.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불만의 순간이 지나면 다시 만족감이 증가하는 것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기대감이 상실된 후 뜻밖의 장점을 발견한다고나 할까.

이러한 치료의 형태의 반복을 경험하곤 나는 틀니를 하러온 사람들에게 비관적으로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처음부터틀니에 대해 그 기능을 반감시켜 설명하는 것이다.“익은밥도 간신히 먹고 반찬은 손도 못된다”라고.이렇게 사람들에게 설익은 소리를 하고 나면 틀니가 장착되는 순간 그리불만이 많이 나오지 않는 것을 느꼈다.그리고 무념무상의상태에서 환자가 점차 만족감이 증가하는 것을 경험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정작 나의 마음은 처음의 비관적 설명으로 우울해졌고,나중의 환자의 기쁨에는그동안의 치료의 피로로 무덤덤해 졌다는 것이다.어찌 보면나만 처음과 끝이 변하지 않는 이상적인(?) 상태에 돌입한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기분 좋은 쪽의 무념무상이 아니라 기분이 우울한 쪽이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이 현상을 치료하려면 틀니치료를 적게 해주면 되는 데 그것이 어찌 내마음대로 되는 것인가.그래서 나는 감히 여러분에게 다음과같이 나의 행복을 위해서 부탁하고자 한다.



“여러분 이를 잘 관리해서 틀니를 하지 마십시오.틀니를하면 익은 밥도 먹기 힘들어요.”[곽재영 서울대치과병원 보철과 교수]
2001-09-2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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