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MF 졸업장은 받지만

[사설] IMF 졸업장은 받지만

입력 2001-08-23 00:00
수정 2001-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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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환란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195억달러 가운데 그동안 갚고 남은 1억4,000만달러를 오늘 전액 상환한다.당초 2004년 5월까지 상환하기로 했던 돈을 3년여앞당겨 모두 갚는 것이다.

이로써 한국은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3년8개월만에 공식적으로 IMF 졸업장을 받게 됐다.비로소 독자적인 경제주권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뜻이 담겨 있는 만큼 여간 다행스럽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IMF 졸업장을 받는 우리 마음은 무겁고 착잡하기만 하다.나라경제의 앞날이 미국과 일본 경제의 침체 등대내외 여건 악화로 매우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 있는 탓이다.연초만 하더라도 조기 회복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던경기가 빠른 속도로 나빠져 2·4분기 경제성장률은 2.7%로떨어졌다. 3·4분기에는 마이너스성장이 예상된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투자와 생산,수출실적이 일제히 격감하면서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지 모른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경제주체들은 IMF를 졸업하는 순간에 다시 번지고 있는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곰곰이 따져 보아야 한다.그런 다음에 IMF극복의 경험을 되살려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무엇보다 기업의 구조조정을마무리하고 경기부양책을 차질없이 집행하는 일이 시급하다.우리는 세계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한국이 연간 3∼4%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면 경제체질을 강화하는데 지금처럼 좋은 기회가 없다고 본다.구조조정을 완성하지 못할 경우 경제구조의 취약성이 다시 노출되고 한국에대한 외국인들의 투자의욕이 살아나지 않을 것이란 점은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가경제의 고질적 불안요인인 하이닉스 반도체와 대우자동차,현대투신 등 부실 대기업 처리를 서둘러 마무리해 시장의 불안감도 씻어내야 한다.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시중을 떠도는 단기 부동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여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는 작업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이다.

정치권은 더이상 경제살리기에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지난 21일 국회는 재정경제위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하려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의결하지 못했다.정치권이 경제에얼마나 무관심하고 무책임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말로는 민생정치를 떠들면서도 막상 가장 중요한 의정활동을 등한시하는 뻔뻔한 행태에 국민들은 이제 신물이날 지경이다. 정치권은 거시경제 정책이 실기하는 일이 없도록 협조를 아끼지 말 것을 촉구한다.
2001-08-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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